광주지역 80개 시민사회 단체는 4일 정부가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용어를 삭제한 조치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와 전교조 광주지부 등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5·18 민주화운동 교육과정 삭제는 오월과 민주주의를 능욕하는 처사”로 “천박한 역사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또 다른 폭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윤석열 정권의 반민주적 역사 인식은 5·18 국립묘역 참배가 일말의 진정성도 없는 행동임을 온 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정의와 민주주의 역사 부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어 “윤석열 정부의 교육 개혁 본질은 5·18 민주화운동을 교과서에서 지워 정의로운 역사의식을 봉쇄하고 도도하게 이어져 오는 민주주의 정신과 가치를 마비시킨 반교육적 처사로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은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부정하고, 오월을 역사에서 도려내려는 윤석열 정권의 교육 개악 시도에 대해 전국의 모든 민주 세력과 연대해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광주지역 국회의원들과 교육계 등도 반발하고 나섰다.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은 4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과정에서 5·18이 삭제된다면 광주와 국민의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의 역사는 퇴색할 것이고 국민은 또다시 분열하게 될 것”이라며 삭제 철회를 촉구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인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교육과정에 생태 노동 인권의 가치를 빼고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한 부분이 쟁점이 됐고, 5·18이 빠지리라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며 “교육부는 교과서에 5·18을 수록하겠다지만, 정부가 해온 것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김대중 전남도교육감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명시적 표현을 삭제한 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역사에 대한 자기 부정은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을 것이며, 오히려 준엄한 심판만이 있을 것”이라며 “5·18 민주화운동을 삭제토록 한 책임자는 국민께 사과해야 하고 관련 내용은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5·18 민주화운동이 없었다면 우리가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도 없었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계승을 위해 교육과정 퇴행을 멈추고, 개정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5·18 민주화운동을 담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에서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5·18정신은 행동하는 양심의 표본이 됐다”며 “민주화운동 교육이 더는 약화되어선 안된다”고 밝혔다.
그는 전국 광역단체 교육감과 연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중 전남교육감도 성명을 통해 “교육부가 4·19혁명과 6월 민주항쟁은 그대로 둔 채 5·18민주화운동만 제외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교육을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고 강조했다.
5·18 민주화 운동은 2004년 제7차 사회과 교육과정에 ‘내용 요소’로 처음 포함됐다. 이후 2015년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같은 해 박근혜 정부 교육과정에 5·18민주화운동은 7회 기술됐다.
하지만 교육부가 최근 고시한 2022년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초중고교 사회·역사·통합사회·한국사·동아시아사 교육과정에서 4·19혁명, 6월 민주항쟁과는 달리 ‘5·18 민주화 운동’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5년 중학교와 고등학교 1학년부터 차례로 적용될 예정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