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 당일 충북 제천시를 방문해 등산한 뒤 음주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태원 참사에 관한 정무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에 대해선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윤 청장에게 “참사 당일 음주를 했냐”고 물었다. 음주 자체가 위법한 행위는 아니지만 당일 서울에 각종 집회가 예고돼 있었고, 핼러윈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최고 책임자가 술을 마셨다는 게 무책임하다는 취지였다.
이에 윤 청장은 “음주했다고 (이미) 말씀을 드렸다”고 답했다. 다만 음주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그는 “주말 저녁이면 저도 음주를 할 수 있다. 그런 것까지 밝혀드려야 하나”며 조 의원의 질문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조 의원은 참사 당일 서울을 비운 윤 청장의 행적을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청장이 지방에 내려가면 비서실이나 상황 계통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윤 청장은 “당시 주말이었고 사생활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주말을 포함해 사생활에 대해 재정립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자리에서 물러날 용의가 없느냐’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조 의원의 말에 “고민해보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참사 당일 경찰청이 위치한 서울을 떠나 관외로 출타한 사실을 경찰 내부 시스템에 별도로 입력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경찰청장의 관할은 서울이 아니라 전국이고, 참사 당일이 토요일 휴일이었기 때문에 관외 출타 사실을 시스템에 입력할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공개한 윤 청장의 참사 당일 행적을 보면 당시 그는 휴일을 맞아 지인들과 월악산을 등산한 뒤 오후 11시쯤 인근 캠핑장 숙소에서 취침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45분이 지난 시점인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윤 청장이 취침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가 술에 취해서 자느라 참사 발생을 알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청장은 음주 후 취침에 들면서 오후 11시32분과 52분 경찰청 상황담당관의 참사 발생 사실 보고를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참사 발생 이튿날 0시14분에야 상황담당관의 전화를 받고서야 참사 발생을 처음으로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