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전 기동대 요청’ 용산서장·서울청장 진실공방

입력 2023-01-04 13:10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의 핵심 피의자로 꼽히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참사 전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요청받은 바 없다고 맞서며 진실 공방을 벌였다.

이 전 서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지금도 제가 (기동대)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에 대해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핼러윈 당일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기동대를 상급 기관인 서울청에 요청했으나 묵살돼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것으로, 참사의 책임이 서울청에 있다는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그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김 청장은 즉각 반박했다. 그는 “서울청에서는 교통 기동대 1개 제대 요청 외에는 (핼러윈 인파 관리를 위한 기동대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인파 관리를 위한 기동대 요청을 두고 용산서와 서울청은 그동안 다른 주장을 해왔다. 용산서가 이태원 참사 전 서울청에 핼러윈 인파 관리를 위한 기동대를 요청했는지는 참사 발생의 핵심 경찰 책임자가 누군지를 가리는 결정적 증거로 꼽힌다.

앞서 이 전 서장은 지난해 11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태원 참사 나흘 전 서울청에 경비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으나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힘들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는 같은 달 7일 김 청장이 행안위에서 “용산서가 핼러윈 축제 인파 관리를 위한 목적의 기동대를 요청한 적은 없다”고 발언한 것과 정면 배치돼 위증 논란이 제기됐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용산서 차원에서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기동대 요청과 관련된 증거들이 인멸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 전 서장은 “제가 (용산서 직원에게) 기동대 요청 지시를 했던 흔적들은 많이 있다”면서 “하지만 많은 흔적이 어느 순간 갑자기 다 사라지니 저도 참 이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이 지난해 참사 당일(10월 29일) 오후 11시 이전에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상황을 인식했다면 무전으로 지시를 했든 뛰어가서 현장을 가든지 했을 것”이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무전 기록 등을 토대로 오후 11시쯤에 참사 발생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보다 앞선 오후 10시32분에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위증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 전 서장은 이 통화와 관련해선 “통화한 사실은 있지만, 통화 불량으로 참사 발생 사실을 보고받지는 못했다”고 주장했다.

與 이임재 질타, 野 ‘마약수사만 집중’ 추궁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는 참사 당일 경찰의 허술한 대응을 거세게 질타했다. 이태원 현장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는 신고가 집중됐는데도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주요 검증 대상이 됐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국정조사로 확인한 것은 다중인파 예측 실패, 신속한 보고시스템 부족, 현장의 체계적인 구조 부족 등”이라며 “여러분의 잘못이 있지만 (참사에 책임이 큰) 단 한 명을 꼽으라면 당시 용산경찰서장인 이임재 증인”이라고 지목했다.

같은 당 조수진 의원도 이 전 서장에게 “현장 상황을 보고 받았는데도 도보로 10분을 걸릴 거리를 차로 1시간 걸려서 이동한 점 등이 의문”이라며 “이 사이에 제대로 조치가 없어서 대규모 피해가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경찰이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하지 않고 마약 수사 등에 역량을 집중해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최을천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을 상대로 “참사 당일 증인을 포함해 50여명의 형사가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류 범죄 단속 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을 벌였다”며 “이는 시민의 안전을 우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