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 출산율이라고 자랑할 때는 언제고...’
광주시가 출생축하금을 폐지하자 예비 산모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출산장려 정책을 경쟁적으로 확대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역주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시는 4일 “2021년부터 출산 즉시 지급해온 출생축하금 100만 원을 고심 끝에 올해부터 주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금성 지원을 줄이고 육아·돌봄 위주로 정책을 전환하는 데 따른 고육지책이다.
시는 신생아가 24개월 될 때까지 월 20만 원씩 지급하던 육아수당도 올해 생후 12~23개월 총 240만 원으로 제한하고 내년부터 지급을 모두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정책과 중복되는 각종 수당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차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산모와 신생아의 첫 만남 이용권 200만 원과 함께 생후 0~11개월 70만 원, 12~23개월 월 35만 원 등 부모 급여를 신설했다.
시는 이 같은 정책 변경에 따라 2021년 432억 원, 2020년 460억 원 수준이던 현금성 지원 규모가 올해는 정부 사업 매칭 등 332억 원 정도로 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이를 통해 절감한 예산을 돌봄, 다자녀 가족 등을 위해 활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현금성 지원을 강화하는 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가 출생축하금을 2년여 만에 느닷없이 폐지하고 육아수당을 줄이기로 한 데 대해 임산부 등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보름여를 앞두고 출생축하금 폐지를 결정하고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시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대표적 출산장려 정책을 뒤엎어 시청 담당 부서에는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시는 2021년과 지난해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광주형 산후관리 공공서비스’ 등의 확대로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신생아가 늘어났다는 실적을 수차례에 걸쳐 내놓은 바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수행정 사례로 꼽기도 했다.
시는 무차별적 출산장려금이 과도한 선심성 행정이라는 비난에 직면하자 반드시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광주’를 만들겠다고 거듭 공언했지만, 새해 벽두 예고 없이 이를 없애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여론이다.
이 같은 정책전환은 출산장려금을 확대하는 다른 지자체와도 대조적이다.
전남 강진군의 경우 첫째부터 일곱째 아이까지 출산 때마다 총액기준 각각 5040만 원의 출산장려금·육아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을 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순천·광양시와 영광·고흥·진도군도 둘째 아이 기준 1000만~1200만 원을 주고 있다.
예비 부모 김모(29)씨는 “시가 정부 정책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자체적인 출산장려 예산을 삭감했다”며 “이른바 ‘원정 출산’ ‘먹튀 출산’을 막기 위한 고민도 있겠지만 출산장려 정책의 일관성, 신뢰성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