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만 빼고 다 가린 이기영…“죄송, 추가 피해자 없다” [포착]

입력 2023-01-04 09:32 수정 2023-01-04 11:15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동거 여성과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면서 “살인을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동부경찰서는 이씨에게 강도살인 및 살인, 사체은닉,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4일 검찰로 송치했다. 오전 9시쯤 동부서를 나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이씨는 자연스럽게 취재진 앞에 섰다.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검찰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어두운색 패딩을 입은 이씨는 현관에서 나와 ‘유가족에게 하실 말씀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무엇이 죄송하냐’고 묻자 이씨는 “살인을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추가 피해자는 없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고 대답한 뒤 경찰 호송차량에 탑승했다.

영장실질심사 때와 같이 마스크를 쓰고 패딩 모자를 뒤집어쓴 탓에 이씨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앞서 공개된 이씨의 운전면허증 사진이 실물과 다르다는 논란이 불거졌던 터라 검찰 이송 때 얼굴이 공개될지 이목이 쏠린 바 있다.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시스

이씨는 지난해 8월 7∼8일 사이 파주시 집에서 동거하던 50대 여성을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1시쯤 음주운전으로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60대 택시기사를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기존에는 동거녀와 택시기사에 대한 ‘살인’ 혐의가 적용됐었으나 택시기사를 살해할 당시 이씨의 재정 문제 등 전반적인 정황을 토대로 ‘강도살인’ 혐의가 추가됐다. 단순한 살인보다 금전을 노리고 사람의 목숨을 해친 강도살인죄가 훨씬 중해 강도살인죄를 저지른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장기간 수입 없이 지내던 이씨는 애초에 택시기사에게 합의금을 줄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보이며,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나서 몇 시간 뒤에 바로 대출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이씨는 두 건의 범행 직후 모두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대출을 받았으며, 편취액은 약 7000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자신이 재력가인 것처럼 주변에 얘기하고 다녔던 것에 대해선 “전부 거짓말이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택시기사와 집주인인 동거녀 살해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당초 이씨는 동거녀 시신을 강가에 내다 버렸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의 수색 개시 1주일 만인 3일 돌연 “시신을 땅에 묻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이씨가 매장지로 지목한 지점은 파주 집에서 10㎞ 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경찰은 추운 날씨로 땅이 얼어 수색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씨의 주거지 곳곳에서 혈흔이 발견돼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남자 1명, 여자 3명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확인된 유전자가 이씨 주변 인물들의 것인지 확인 중이다.

이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는 청소년기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해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