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업체와 수상한 계약’ 제주…이번엔 선금 20억 특혜 논란

입력 2023-01-03 17:50 수정 2023-01-03 17:51
제주시 봉개동 음식물쓰레기자원화센터 내 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 운영과 관련해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시가 무허가 업체와 168억 규모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위·수탁 협약을 맺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제주시가 해당 무허가 업체에 선금까지 지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국민일보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제주시는 지난해 1월 해당 업체에 선금 20억4000만원을 입금했다.

시에 따르면 당시 A업체는 시설 대금 등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하다며 선금 지급을 요청했다. 하지만 A업체는 이미 B업체로부터 기계설비 전부를 선투자받고 이후 매월 기계값을 분할 납부하기로 공동 투자 계약을 체결해 설치까지 완료한 시점이었다. 때문에 A업체가 시에 밝힌 선금 사용 용도는 실제와 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금은 계약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계약 이행 전이나 기성대가 지급 전에 미래 대금의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계약자의 요청이 있을 때 계약금액의 70% 이내 범위에서 지급한다.

지급 시에는 만일의 ‘먹튀’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계약업체로부터 사용계획서와 신청사유서, 보증서 등을 제출받아 계약집행 담당부서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지급 후에는 목적에 맞게 사용이 됐는 지 살펴야 한다. 또 해당 계약과 관련해 문제 사안이 감지되거나 당초 제시한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 경우에는 선금을 회수할 수 있다.

시는 선금 지급 후 최소 지난해 4월 무렵에는 B업체가 현물 투자한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두 업체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B업체가 선임한 변호사가 제주시를 방문해 내용 증명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이후 A업체의 선금 사용처가 당초 제출한 서류와 다른 부분 등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선금이 지급된 지난해 1월은 A업체가 설치한 폐기물 처리 시설이 설치 성능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본 계약이 개시된 이후임에도 시 가동을 진행하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제주시가 느슨한 잣대로 선금을 지급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선금 20억원이 자본금이 5000만원에 불과했던 무허가 업체가 지난 1년간 운영을 지속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제주도와 제주시는 폐기물처리업 허가가 없는 A업체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제주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폐기물을 처리하는 대가로 총 168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위·수탁 용역 계약을 체결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시의 선금 처리 문제를 두고 또다른 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지급했고, 매월 제주시가 업체에 지급하는 용역비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모두 회수했다”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시는 선금과 관련해 업체가 제출한 자료 공개 요청에는 개인 정보를 이유로 거부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