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업 총수들 “위기의 시대, 기본기 다져서 경쟁력 강화”

입력 2023-01-02 16:08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사 제공

유통업계 수장들은 우리 경제가 글로벌 위기에 직면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최근 2~3년 신년사에 빠지지 않았던 ‘새로운 도전’과 ‘과감한 투자’가 이번에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대신 위기의식, 기본기 강화, 혁신, 경쟁력 확보가 신년사 키워드로 요약된다. 대내외 위기 환경에서 유통업계는 투자와 성장 대신 내실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세계적으로 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며 “‘영구적 위기’(Permacrisis) 시대의 도래는 해묵은 습관을 돌아보게 한다는 점을 상기하며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새로운 롯데’를 만들자”고 말했다.

신 회장은 지난 롯데그룹 정기임원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롯데를 위한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 경쟁력 창출’을 언급했다. 신 회장은 “불확실한 미래라도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을 만들 수 있다”며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또한 강조했다. 신 회장은 “각 사업분야에서 선한 가치를 의사결정의 최우선에 두고 고객, 주주, 파트너사, 지역사회와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며, 회사를 성장하게 하는 열쇠 또한 혁신하는 용기다”라는 표현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롯데로 한 단계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도 유튜브 신세계그룹 뉴스룸 채널에 공개했다. 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위험을 직시하고 준비된 역량으로 정면돌파 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능력이 곧 신세계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기의식으로 무장돼 있어도 위기는 찾아온다”며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 시대에 유통 비즈니스는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으니 그럴수록 기본에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정 부회장은 “기본의 핵심은 ‘고객’과 ‘상품’”이라며 “고객과 상품에 광적으로 집중할 때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고 더 큰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모든 관계사가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구조를 만들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1~2년 동안 이베이 코리아 인수 등 과감한 투자에 앞장섰던 만큼 올해는 내실을 강화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온라인으로 그룹 통합 시무식을 진행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수요 둔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비즈니스 패러다임의 변화 주기가 빨라지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면서도 “위기 극복의 저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확고히 하고,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시행착오에 위축되지 말고 ‘비전 2030’ 계획을 보완해 가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자”며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을 새해 다짐 삼아 올해를 위기 이후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성공적인 한 해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도 기본적인 가치와 목적에 충실할 것, 최적의 가치를 발굴할 것, 담대한 도전과 파트너십에 기반한 성장을 추구해 나갈 것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요구 뒤에 숨어있는 욕구’를 읽어 해법을 찾아내고, 그 해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실질적인 효용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고객, 시장, 경쟁자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프레이밍(Reframing)도 주문했다. 정 회장은 “리프레이밍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살피고 변화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