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재야인사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광주 금남로 인근 고 홍남순 변호사의 가옥이 복원된다.
광주시는 민주·인권 운동에 평생을 바친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물려받기 위한 기념공간도 조성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2일 “홍 변호사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거주했던 동구 궁동 가옥 안전진단을 지난해 말 마무리하고 가옥 원형복원과 함께 기념공간 조성을 위한 실시설계 용역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상반기 가옥 복원공사 등에 착공한다.
시는 시민사회와 5·18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5·18 기념사업위원회에 원형 복원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고인의 가옥은 시가 2017년 9월 8일 5·18사적지 29호로 지정한 5·18사적지다.
해당 1층짜리 가옥은 토지가 121㎡, 건물이 51.23㎡ 면적으로 단독주택과 장독대가 있는 별채 화장실로 구성돼 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재야 민주 인사들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토론과 회의를 했던 역사적 장소다.
구속자 석방 논의를 위한 관련 문건 등을 작성한 역사적 공간이라는 사실이 인정돼 가장 나중에 사적지로 지정됐다.
시는 민주 인사들이 모임장소로 활용한 장소 등을 복원하는 동시에 기념 공간을 조성, 홍 변호사의 숭고한 정신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금남로와 맞닿은 홍 변호사의 가옥은 2006년 경매로 넘어가면서 그동안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왔다.
시는 2013년에도 이 가옥을 ‘민주의 집’으로 꾸미려다가 당시 소유권을 가진 모 종합사회복지관과 매수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무산됐었다.
민주화운동 1세대로 꼽히는 홍 변호사는 인권과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친 시대의 의인이다. 양심수 변호 등으로 긴급조치 전문 변호사라는 별칭으로 불렸다.
5·18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 5월 26일 지역 수습위원들과 당시 이른바 ‘죽음의 행진’에 나섰다가 신군부에 체포돼 내란수괴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년 7개월간 복역하기도 했다.
형 집행정지로 풀려난 뒤에는 5·18 구속자협의회 회장 등을 맡아 5·18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에 앞장섰다. 1985년 가톨릭 인권상, 1986년 대한변호사회 인권상,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전남대 송기숙 교수의 교육지표사건 등 반독재 투쟁을 하다가 구금된 민주인사들을 위해 60건 이상의 무료 변론을 맡아 인권변호사로 명성을 떨쳤다.
2001년 뇌출혈로 쓰러진 지 그는 5년여 만인 2006년 10월 14일 타계했다.
전남 화순군도 2019년부터 사업비 3억6600만 원을 들여 도곡면 효산리 홍 변호사의 생가를 목조 초가 형태로 복원한 바 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