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네 발] 반려동물 등록제의 허점

입력 2023-01-01 00:03
수락산에서 유기된 강아지. 출처: 노원구 동물보호 명예감시원 박희원 씨 인스타그램 캡처


한 무리 개들이 지난 19일 서울시 노원구 수락산, 영하 12도 추위 속에서 구조됐다. 이날 구조된 개는 총 16마리였다. 정황상 누군가의 유기였다. 이 개들의 출처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중 한 마리에게 실마리가 보였다. 동물병원에서 검사 결과 몸속에 마이크로칩이 있었다. 보호소 측은 칩에 등록된 주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칩의 인적사항은 개 주인이 아니었다. 칩을 등록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개를 입양했다는 것이다. 주인은 바뀌었지만, 칩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된 것은 2014년이다. 동물의 인적사항을 기록하고 등록번호와 소유자의 인적사항을 기록한다. 그 후 식별 장치를 동물에게 장착한다. 목이나 가슴에 다는 외장형과 몸속에 마이크로칩을 삽입하는 내장형으로 나뉜다. 파손과 분실의 위험 때문에 내장형이 선호된다. 이런 식별 장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 동물의 유기와 유실을 막을 수 있다.

문경시에서 반려동물 등록제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SNS용 홍보물. 출처: 문경시청 페이스북

그러나 문제가 있다. 현재 등록 대상은 생후 2개월 이상의 개뿐이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21년 유기된 동물 중 26.9%가 고양이일 정도로 유기묘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고양이는 등록 대상이 아니다. 2022년 현재 일부 지역에서 고양이에게 시범등록을 시행 중일 뿐이다. 그 외 다른 반려동물 역시 착용 의무가 없다.

또한, 등록되는 개체가 한정적이다. 반려동물 등록은 동물병원에서 진행한다. 농촌 등지에서 사육돼 동물병원을 가지 않는 개는 등록이 어렵다. 농촌에서는 목줄을 하지 않고 기르는 경우가 있어 유기, 유실의 가능성이 크다. 이 탓에 한국의 반려동물 등록률은 낮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1년 동물보호복지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전국의 반려견 517만 8614마리 중 71.5%만이 반려동물 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골 지역의 등록률은 57.3%에 그친다.

로드킬로 생을 마감한 랑랑이. 출처: 랑랑이 주인 제공

식별 장치가 문제라는 비판 역시 뒤따른다. 병원에서 유실된 강아지 ‘랑랑이’의 경우가 그랬다. 랑랑이는 지난 2021년 6월 동물병원에 입원해 있던 중 병원의 부주의로 실종됐다. 3일 뒤 랑랑이는 로드킬당한 시체로 발견됐다. 랑랑이는 내장 식별 장치가 있었지만, 주인에게 곧바로 소식이 전달되지 않았다. 사체에 칩 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때부터 반려동물 등록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반려동물 등록제를 의무화하고 표준진료체계를 명확히 해서 반려동물 의료보험 제도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등록제가 2023년에는 잘 이루어질 수 있을까.

‘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