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논란 당시 문제 제기를 한 자신에게 이재명 대표가 “지금 우리는 전쟁 중이니 그만 멈췄으면 좋겠다”고 만류했었다고 폭로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전 위원장은 내년 1월 3일 출간 예정인 정치 에세이 ‘이상한 나라의 박지현’에서 최 전 의원의 성희롱 논란 당시 상황을 이같이 회고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시 지방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이던 이 대표가 자신에게 찾아와 약 20분간 대화하면서 “내가 보기에도 전후 맥락상 최 의원이 ‘XXX’(성희롱 발언)라고 말했을 거라고 본다”면서도 “전쟁 중에는 같은 편 장수를 공격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만난 이재명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에도, 최 의원 징계에도 관심이 없었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후보가 약속한 내용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모두 사라졌다. 그는 내 입을 막기 바빴다”고 비판했다.
6·1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찾는 과정에 대해서는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젊은 여성 한 분을 설득하려고 비공개 면담을 여러 차례 가졌다. 그는 당시 이재명 상임고문이 후원회장을 맡아 준다면 출마를 강력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 고문에게 후원회장을 맡아 줄 것을 두 차례나 요청했지만 끝내 거절했다. 그 여성은 고민하다가 결국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은 대선 직후인 3월 12일 자신에게 공동비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것도 이 대표였고, 여러 차례 거절했음에도 이 대표와 윤호중 전 비대위원장, 송영길 전 대표 등으로부터 다시 제안을 받아 수락했다고 돌이켰다. 이 대표와는 하루에만 다섯 차례 통화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후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은 이후 전당대회 출마가 좌절된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 대표가 ‘박지현에게도 도전의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사실상 출마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린 다음 ‘도전의 기회’ 어쩌고 말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속은 검은데 겉은 하얀 것처럼 발언하는 것은 그냥 양두구육 정치일 뿐”이라며 “속으로는 필사적으로 출마를 막아 놓고 겉으로는 안타까운 것처럼 연기하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국 전 장관 사과 요구’ 발언 이후 맞이한 당내 반발을 떠올리면서 “조국의 강을 해결하지도 못했는데 또 다른 강, '이재명의 강'이 생기면 어떡하나 두려울 따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에서 제명된 박완주 의원의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를 처음 보고받은 뒤 박 의원과 처음 대면해 의원직을 내려놓으라고 권유했다면서 “(박 의원이)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그랬을 리 없다고 했다가 횡설수설했다. 그러면서도 2년 후에나 있을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을 당 지도부에 알린 뒤 다시 박 의원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의원님’이란 호칭을 붙여 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저기 아저씨, 지금 뭐 하세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이 소리를 지르며 “육두문자를 뱉고 싶은데 참는다. 너 당비 얼마 냈냐”고 물었다고 회상했다.
박 전 위원장은 “비록 지금은 민주당이 국민과 좀 멀어져 있을지라도, 민주당이 다시 국민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함께 하고 싶다”며 “민주당은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후퇴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