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건과 관련해 “국가에서 관리 중인 방음터널 55개를 비롯해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방음터널까지 전수조사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원 장관은 또 공사가 진행 중인 방음터널에 대해선 “화재에 취약한 소재를 쓰는 곳은 공사를 전면 중단하고 화재에 튼튼한 소재와 구조로 시공 방법을 바꾸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건 관련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는 방음터널 소재가 가장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29일 경기도 과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발생한 화재는 터널 재질과 구조적 특성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원 장관도 “소위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라는 아크릴 소재인데, 여러 가지 편리함이 있지만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그간 계속 지적돼왔다”고 말했다.
이어 “2016년 이미 전문 연구기관에서 이 아크릴 소재를 화재 취약성 때문에 교체 혹은 배제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채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한 감사원 지적이 지난해 말 있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이런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전문기관에 용역 발주했다”며 “지난 7월부터 용역 계약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원 장관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진행 상황을 보면 비용이나 채광, 경관 등의 이유로 안전을 도외시하고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 미뤄온 정부의 업무 태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 책임자로서 정부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원 장관은 이미 공사가 완료된 방음터널에 대해선 “(소재를) 전면 교체하겠다”며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경우 부분적으로 내화성 도료나 상부 개폐 등을 통해 화재에 대한 대피 시간과 구조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안전조치를 대폭 보강하겠다”고 공언했다.
원 장관은 특히 “비용 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사람 목숨값보다 비싼 것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원 장관은 페이스북에 “사고 당시 상황을 분초단위까지 확인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우겠다”고 적었다.
원 장관은 또 “터널 화재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과 부상을 입은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