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 살해후 동거녀 프사 바꿔…‘상속받았다’ 자랑”

입력 2022-12-30 06:09 수정 2022-12-30 08:30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의 신상정보가 29일 공개됐다. 왼쪽 사진은 전날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들어가는 이기영. 경기북부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동거하던 전 여자친구와 택시기사를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31)이 동거 여성을 살해한 뒤 주변에 ‘큰돈을 상속받게 됐다’며 자랑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로 고인이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30일 KBS에 따르면 이기영은 함께 살던 50대 여성을 살해하고 한 달 뒤인 지난 9월 중순 집을 방문한 점검원에게 “부모가 돌아가셔서 상속받을 유산이 어마어마하다. 그 돈으로 마포나 공덕에 아파트를 사서 이사 간다”고 자랑하듯 떠벌렸다.

점검원인 제보자 A씨는 부모님을 잃었다면서 들떠있는 이기영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신나게 들떠있어서 그래도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상속을 받은 건데 상속 금액이 얼마가 됐든 간에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들떠있을 수가 있나? 좀 이상하긴 했다”고 매체에 말했다.

A씨가 ‘함께 지내던 집주인 여성이 왜 보이지 않냐’고 묻자 이기영은 “(동거녀가) 카페를 오픈해서 지금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A씨는 “그렇게 한마디 하고 계속 말을 상속 얘기로 돌리더라. 계속 회피하는 느낌이었다”고 돌이켰다.

살해 뒤 주변에 상속 받는다며 자랑한 살해범 이기영. KBS 보도화면 캡처

당시 이기영은 상속을 받은 게 아니라 숨진 여성 명의로 대출을 받아 2000만원가량을 쓰고 다녔다. 경찰은 이기영이 가로챈 돈이 더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금융 회사에 자료 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이기영은 또 사망한 동거녀의 휴대전화를 직접 관리하며 메신저 프로필 사진까지 두 차례 바꾸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망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것이다.

이기영은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에도 고인의 전화기로 닷새 동안 유족과 태연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피해자 행세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 뒤 피해자 행세한 이기영. KBS 보도화면 캡처

이기영은 지난 20일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기사인 60대 남성 B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파주시 집으로 데려와 둔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또 올해 8월 초 파주시 집에서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였던 50대 여성 C씨를 살해해 시신을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이기영은 택시기사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하고 술값과 유흥비를 결제하고 대출까지 받았는데 이 금액을 합하면 약 5000만원에 달한다. 앞서 동거녀를 살해한 뒤에도 그의 신용카드를 2000만원가량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녀 명의로 1억여원의 채무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옷장에 숨겨뒀던 택시기사 시신은 이기영의 현재 여자친구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고양이 사료가 떨어지자 사료를 찾으려고 집 안을 뒤지다가 끈으로 묶여 있던 옷장 문을 열게 됐고, 짐들 아래에 있던 시신을 발견해 충격 속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택시 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A(32)씨가 2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도 고양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집주인인 동거녀의 시신을 찾기 위해 사흘째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기영은 경찰 조사에서 “(동거녀와) 다투다가 둔기로 살해한 뒤 루프백(차량 지붕 위에 짐을 싣기 위해 설치하는 장치)에 시신을 담아 옮긴 뒤 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한편, 이기영이 거주하던 동거녀의 집 안 소파와 벽, 신발과 천장 등지에서 혈흔이 나온 것으로 조사됐다. 동거녀의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캠핑용 손수레에도 혈흔이 묻은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동거녀 집에서 발견된 혈흔들을 국과수에 감식 의뢰했다.

경찰은 이기영의 범죄 행각이 비상식적인 측면이 많다며 프로파일러를 추가 투입해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