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불 시작된 그 트럭 기사 “소화기로 꺼보려 했지만…”

입력 2022-12-30 04:50 수정 2022-12-30 09:53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최초 화재가 발생한 화물차. 채널A 보도화면 캡처

5명의 사망자와 37명의 부상자를 낸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사고와 관련해,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화물차의 운전자가 발화 초기 소화기로 불길을 잡으려 애썼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30일 경기남부경찰청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전날 최초 화재 차량인 5t 폐기물 집게 트럭 운전자 A씨(63)로부터 “운전 중 갑자기 에어가 터지는 ‘펑’ 하는 소리가 난 뒤 화재가 발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A씨는 “차량 조수석 밑쪽(차량 하부)에서 불이 나서 차량을 하위 차로(3차로)에 정차하고 (차량에 있던)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불길이 잡히지 않아 119에 신고하고 대피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운전하던 트럭은 전날 오후 1시49분쯤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안양→성남 방향으로 운행하던 중 갑자기 차량 엔진룸 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트럭은 터널 시작 지점에서 약 280m를 달린 후 불이 나 정지했다. A씨는 자신의 트럭에서 발생한 화재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는 반응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에서 최초 화재가 발생한 화물차. 채널A 보도화면 캡처

불은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터널 벽으로 옮겨붙은 뒤 다량의 연기와 함께 급속히 확산했다. 해당 방음터널은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소재로 만들어졌는데, 불연 소재가 아니어서 고온의 열이 장시간 가해질 경우 불에 타게 된다.

더구나 플라스틱류 소재는 불이 붙으면 목재의 다섯 배가 넘는 열을 내뿜어 불이 더 빨리 번지게 되는 데다 유독가스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9일 오후 1시50분쯤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부근 방음터널 구간에서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불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12분 완전히 진화되기까지 방음터널 대부분과 터널 안에 있던 차량 45대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방음터널의 총 길이는 830m인데 이 가운데 600m가량의 구간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됐다.

불에 탄 차량 중 대부분은 최초 불이 난 화물차와 같은 차선이 아닌 반대편 성남→안양 방향 차선에서 나왔다. 사망자 5명도 모두 화물차와 반대 차선에 있던 차량에서 발견됐다. 승용차 2대에서 각 1명, 또 다른 승용차 1대에서 2명, SUV 차량 1대에서 1명이다. 부상자 37명 중 3명은 중상이다.

29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인근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이 녹아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이날 중 A씨에 대한 2차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비롯해 주변 CCTV 및 차량 블랙박스 등을 통해 사고 당시를 재구성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