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진단은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의료행위’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9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와 간호사 B씨 등의 상고심에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
호스피스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A씨는 퇴근이나 외래진료로 부재중일 때 입원환자가 사망하면 B씨 등 간호사들에게 자신 명의의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도록 했다. 검찰은 간호사의 사망 진단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사인 A씨의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행위로 보고 이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이들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정당행위라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호스피스 의료기관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해당 병원의 호스피스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채 3주를 넘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사망 말기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라며 “이런 환자가 사망할 경우 환자와 환자 유족들의 원활한 장례절차를 위해 검안 및 사망진단서의 신속한 발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A씨 등에게 벌금 30만~100만원의 선고유예를 내렸다. 의사가 간호사에게 대신 사망을 진단하도록 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될만한 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2심 재판부는 “적법한 절차를 지켜 환자를 검안하고 검안서를 발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도 아니었다”고 봤다.
대법원도 간호사의 사망진단과 사망진단서 발급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사망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하여 수행하여야 하는 의료행위”라며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망 진단은 의사가 직접해야하는 의료행위라는 점을 최초로 판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또 “호스피스 병동이라고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