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413채가 전부 ‘깡통전세’, 300억 가로챈 임대업자 검거

입력 2022-12-28 17:18

수도권 일대에서 ‘깡통전세’ 빌라 400여채를 이용해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 보증금 300여억원을 가로챈 임대사업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201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등지에서 전세사기 를 벌인 임대사업자 A씨(31) 등 8명을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주범인 A씨는 전날 구속됐다.

A씨 일당은 임차인 118명으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312억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진술에 동의한 피해자만 118명으로 피해자와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빌라는 A일당의 소유지만, 다시 판다고 해도 매매가보다 높은 전세 보증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A씨 일당은 지난 2018년 6월쯤 B하우징이라는 사업체를 설립하고 서울 성북구·도봉구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 빌라 413채를 매입했다. 이들은 매매와 동시에 임차인 전세 계약을 할 수 있는 중저가형 신축 빌라 매물을 주로 노렸다. 임차인에게 매매가보다 1000만~2000만원쯤 비싼 전세보증금을 받고 계약한 후, 이 돈으로 신축 빌라 건축주에게 매매 대금을 지급했다. 매매 계약을 한 건축주나 분양대행업자에게도 분양수수료 명목으로 3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까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당은 전세 계약한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데도 마구잡이로 신축 빌라를 매입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재산세 등 72억원이 넘는 세금도 체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피해 주택 413채 중 전세반환보증보험에 가입된 125채도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씨 일당은 매물 물색, 임차인 모집, 계약 서류 정리 등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또 매매 일자를 준공일 이전으로 소급 작성해 세입자들이 매매가액을 알 수 없도록 했다. 건물주나 분양대행업자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는 대신, 불법 증축 등 법률 위반 건축물이나 미분양 기간이 1년 이상 지난 빌라를 사들여 전세로 내놓기도 했다.

경찰은 건축업자와 분양대행업자의 공범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