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명식당 업주 강도살인사건 피의자들이 총 7차례에 걸쳐 집요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동기는 피해자 소유의 식당 운영권을 노린 금전 문제였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16일 제주시 오라동에서 발생한 제주 식당 대표 살인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3명을 강도살인 혐의로 28일 검찰에 송치했다. 조사 결과 피해자를 직접 살해한 김모(50)씨뿐만 아니라 김씨의 아내 이모(45)씨, 사건을 청부한 피해자의 지인 박모(55)씨 모두 이번 사건 전반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7월부터 사건을 공모했다. 9월부터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해치려 했으나 피해자가 일하는 식당 주변에 CCTV가 많고 속도제한이 있어 치명상을 주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실제 범행에 착수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나눈 휴대폰 메시지에선 ‘50㎞ 도로라 크게 다치기 힘들다’ ‘조수석에 태울 테니 와서 받아라’ ‘고급차니 속도를 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 확인됐다. 이 기간 이들은 3차례에 걸쳐 교통사고 위장을 계획했다.
범행 시도는 계속 됐다. 김씨는 11월 말 제주로 들어와 12월 초 박씨가 알려준 비밀번호를 들고 피해자의 집을 찾았다. 공동현관 비밀번호는 맞췄지만, 피해자의 집 비밀번호는 바뀐 상태였다. 이들은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했다.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의 집 현관문 입구 맞은 편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비밀 번호를 알아냈다.
범행 당일 김씨는 오후 12시12분쯤 피해자의 집으로 숨어 들었고, 3시2분쯤 피해자가 집으로 들어서자 둔기를 이용해 살해했다. 김씨가 집을 빠져나간 시각은 3시19분이다. 경찰은 집안이 깨끗하게 정리돼 있던 점으로 미뤄 피해자가 들어서자 마자 제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후 김씨는 피해자 집에 있던 명품 가방과 현금 수백만원을 들고 밖으로 빠져나온 뒤 제주시 내 시장 인근에 대기 중이던 아내 이씨의 차를 타고 배에 승선해 제주를 빠져나갔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범행의 대가로 착수금 3500만원을 받았다. 범행이 성공하면 식당 2호점 공사권과 운영권, 김씨의 채무 2억원 대위 변제, 서울에 있는 피해자 아파트 명의 이전 등을 해주기로 약속했다.
청부 살인의 목적은 금전이었다. 피해자와 2018년부터 알고 지내온 박씨는 음식점 증축 과정에서 피해자와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피해자에게 빌린 1억원을 갚지 못했고, 박씨의 소개로 피해자가 구입한 땅에 소송이 걸리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박씨와 피해자는 두 사람의 각각의 재산을 공동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해 수십억원을 대출받은 상태였다. 경찰은 박씨가 대출을 빌미로 식당 본점 운영권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신의 토지 담보를 해제하면 피해자 측에서 수십억원대 대출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한다는 점을 노려 자신이 경영을 맡는 것으로 피해자의 가족을 회유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사건 당일 행적도 드러났다. 박씨는 피해자가 살해된 지난 16일 경남에서 전화로 범행을 지휘했다. 김씨의 아내 이씨는 피해자가 일하는 식당 주변에서 피해자의 움직임을 체크해 전화로 알렸다. 같은 시각 김씨는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씨는 수사 초기 공범들에게 ‘다 안고 가면 길어야 5년 내에 나오게 해주겠다’고 회유 설득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박씨는 이날 오후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사주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와 이씨는 범행을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하다”고 했다. 당초 김씨와 이씨는 살인, 박씨는 살인교사 혐의를 받았지만 혐의가 변경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피해자 살해 후 금품을 들고 도주한 점 등을 고려해 피의자 전원을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박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사기 등 추가 범행 정황이 드러나 이에 대해서도 별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