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식당 대표 살인 주범, “업체 운영권 가로채려고”

입력 2022-12-28 13:19 수정 2022-12-28 14:13
제주지역 유명 음식점 대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 피의자가 지난 20일 오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유명식당 대표 살해사건 주범이 피해자 소유 업체의 운영권을 가로채기 위해 범행을 계획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지시를 받아 범행을 직접 수행한 공범은 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제주동부경찰서는 28일 제주 모 음식점 대표 살인사건의 피의자 3명을 송치하기 전 브리핑을 하고 “주범 박모씨는 피해자가 소유한 업체의 운영권을 얻기 위해 지난 6월쯤 범행을 계획했다”며 “공범 김모씨는 박씨의 지시를 받고 9월부터 7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16일 제주시 오라동의 한 빌라에서 50대 여성 A씨를 둔기로 때려 살해한 후 피해자의 명품가방과 현금 수백만원을 들고 나왔다. 그는 범행 전 피해자 A씨와 가깝게 지낸 박씨와 공모해 피해자 주거지 현관을 비추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했고, 이를 통해 피해자 주거지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경찰은 김씨가 오후 3시2분쯤 귀가한 피해자를 넘어뜨린 뒤 집에 있던 둔기를 이용해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 아내 이모씨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 동선을 파악해 계속해서 김씨에게 전달했다.

사건 당일 피해자의 집 인근 CCTV 영상에는 김씨가 빌라를 드나들 때 종이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김씨가 피해자 주거지에서 훔친 휴대전화와 명품가방, 현금다발을 담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사건 당일 오후 3시19분쯤 피해자 주거지에서 나온 뒤 A씨의 휴대전화를 인근 다리 밑에 던졌다.

김씨는 이후 택시를 타고 용담 해안도로에 내려 챙겨온 신발과 옷을 모두 갈아입고 다시 택시를 탄 뒤 제주동문재래시장 인근에서 하차했다. 두 차례 택시 요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후 아내 이씨의 차를 타고 제주항으로 가 차량을 완도행 배편에 싣고 제주도를 벗어났다.

김씨는 명품가방과 현금다발은 거주지인 경남 양산에 있는 자신의 영업용 차량에 숨겨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총 7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등은 9월 18일부터 10월 7일까지 고의 교통사고를 3차례 시도했지만 도로 상황 등으로 실행하지 못했다. 또 지난달 10일 귀가하는 피해자를 폭행하려 했지만 인근에 경찰 순찰차가 보여 범행을 포기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박씨가 알려준 피해자 주거지 현관 비밀번호를 이용해 주거지에 침입해 범행하려 했지만 비밀번호가 맞지 않아 미수에 그쳤다.

결국 김씨는 지난 5일 퀵서비스 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주거지 현관을 비추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알아냈고, 16일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후 피해자 주거지를 빠져나오는 피의자 김모씨. 연합뉴스

박씨는 피해자와 2018년 우연히 알게 돼 가까워졌고, 최근 피해자에게 빌린 억대의 돈을 갚지 않아 사이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자신의 토지와 피해자 건물, 토지를 묶어 공동 담보로 수십억원을 대출받은 점을 들어 자신이 피해자가 운영하는 업체의 공동 투자자이자 관리이사라고 주장해 왔다.

경찰은 박씨가 자신의 토지 담보를 해제하면 피해자 측에서 수십억원대 대출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한다는 점을 노려 업체 운영권을 가지려 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씨는 김씨에게 범행 착수금으로 2000만원을 줬고, 범행 후에는 현금 3억원이나 식당 운영권 등을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의 혐의를 살인에서 강도살인으로 바꾸기로 했다. 강도살인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형으로, 살인죄보다 형량이 높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