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11건이었다고 경찰이 밝힌 것과 달리 실제 사고 직전 1시간 동안 100건 넘게 압사 관련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경찰로부터 확보해 공개한 참사 당일 서울 용산경찰서 이태원 112신고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압사 위험을 우려하는 신고가 120여건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일 112 신고 녹취록 11건을 공개한 바 있다.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10시11분까지 접수된 신고 내용이었다.
하지만 윤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오후 10시부터 11시까지 경찰에 걸려온 112 신고는 총 153건이었다. 이 중 단순시비, 술에 취한 사람을 신고한 건을 제외하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신고로 추정되는 것은 120여건에 달했다.
신고 내용을 보면 압사 상황이 발생한 오후 10시15분 이전부터 시민들은 경찰의 도움을 요청했다.
오후 10시 정각에 접수된 신고는 ‘이태원에 사람이 너무 많은데 도로로 나와 있어 통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10여분 뒤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당할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참사가 발생한 10시15분쯤 그 이후로는 압사로 인한 인명피해를 알리는 신고가 잇따랐다.
10시19분에 ‘이태원 술집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 깔려 죽을 것 같다’, 10시23분 ‘사람이 너무 많아 숨을 못 쉬겠다’, 10시54분 ‘딸이 살려달라고 전화가 왔다’ 등의 신고였다.
인파에 휩쓸려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던 듯 일부 통화에는 비명과 우는 소리만 담겨 있기도 했다.
윤 의원은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은 물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대통령실 등 기관 지휘부가 사실상 공백 상태여서 위기관리 능력이 없었다. 지휘부 공백의 원인과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