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영공을 장시간 활개 치고 다닌 가운데 그에 앞서 국방부 소속 국방홍보원이 ‘무인기의 천적’으로 불리는 지상배치 대공무기인 ‘비호복합’을 홍보한 영상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이 영상은 비호복합이 드론이나 무인항공기 등을 방어하는데 최적화돼 있다고 자신 있게 홍보했지만, 실제 우리 군이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는 데 실패한 탓이다. 해당 영상은 무인기 침범 사태 열흘 전에 올라왔다.
국방홍보원은 지난 16일 유튜브 ‘국방TV’에 비호복합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렸다. 비호복합은 K-30 자주 대공포 ‘비호’에 휴대용 대공미사일을 장착한 복합무기체계다. 드론 킬러로도 알려져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상에서 “비호복합은 저고도 대공방어를 목적으로 개발됐다”며 “현재까지 나온 무기체계 중 가장 효과적”이라고 했다.
특히 이목을 끈 건 ‘드론? 무인항공기? 지상전? 다 드루와바! 비호복합이 다 막아줄게’라는 영상 제목이었다. ‘드루와’(들어와)는 영화 ‘신세계’에 출연한 배우 황정민의 대사다.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맞서겠다는 의미다.
이 영상은 북한 무인기 5대가 영공을 침범해 서울 북부와 경기도 김포·파주, 인천 강화도 일대를 5시간 넘게 비행했고, 이 중 단 1대도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조명됐다. 28일 오전 5시 기준 이 영상의 조회수는 44만회이고, 댓글은 1700여개를 기록했다.
이 영상에는 주로 군의 대응을 비판하거나 냉소하는 댓글이 달렸다. 여러 누리꾼은 “대한민국의 군사 기술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성지순례 왔다. 전형적인 보여주기다. 다 드루왔는데 뭘 막았다는 거냐” “실제 전장에서 검증되지 않으면 소용없다” “다 드루와가 ‘어서오세요’라는 뜻이었냐” “조만간 드론 대신 댓글을 다 막아버릴 듯하다”며 비꼬는 댓글을 달았다.
비호복합은 이번 무인기 침범 때 따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우리 군이 운용하는 국지 방공 레이더와 열영상장비(TOD)에는 무인기가 포착됐으나, 비호복합 등 지상 배치 대공무기에 자체 탑재된 탐지 장비에는 포착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F-15K, KF-16 같은 전투기와 KA-1 경공격기, 아파치·코브라 공격헬기 등 공중전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이 되는 공격용 무인기는 대응이 가능하나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급 이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며 “전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능력의 드론 부대를 조기 창설하겠다”고 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