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일 만의 출소… 김경수 “받고 싶지 않은 선물” [포착]

입력 2022-12-28 04:24 수정 2022-12-28 09:44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며 발언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5개월은 면제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받고 싶지 않은 선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0시를 기해 경남 창원교도소에서 나와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7월 26일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된 지 521일 만이다. 윤석열 정부는 김 전 지사를 ‘복권 없는 사면’으로 이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했다.

앞서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실형이 선고된 1심 재판에서 법정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 77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가 유죄 확정으로 창원교도소에 재수감됐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며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5개월은 면제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날 김 전 지사는 짙은 푸른색 계열 양복을 입은 채 교도소 밖으로 나왔다. 그는 “따뜻한 봄에 나오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추운 겨울에 나왔다”고 앞서 ‘가석방 불원서’에서 밝혔듯 원치 않는 사면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은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은 셈”이라며 “원치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방법이 전혀 없었다. 결론적으로 보낸 쪽이나 받은 쪽이나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면이)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통합은 우격다짐이나 일방통행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걸 국민이 훨씬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왼쪽)가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며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5개월은 면제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김 전 지사는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갈등을 조정, 완화하고 대화, 타협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몇 년간 저로 인해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닌지 돌아봤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점,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을 돌아봤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특별사면으로 출소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5개월은 면제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그는 마지막으로 “제가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듯한 사회를 만드는 걸음이 되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출소 소감을 마무리했다.

김 전 지사는 “질의응답은 다음 기회에 차분하게 합시다”고 말한 후 곧바로 차를 타고 창원교도소를 떠났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특별사면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정문 주변에서 김 전 지사 지지자가 응원 문구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창원교도소 앞에는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민홍철·김정호 국회의원, 허성무 전 창원시장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10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김 전 지사가 출소하기 2시간 전부터 기다리면서 “김경수는 무죄다”라고 외쳤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특별사면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 정문에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실장은 “이번 사면은 김경수 지사의 인격과 순정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정호 의원은 “더 단단하게 담금질돼 나온 김경수와 함께 나아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내년 5월 형기 만료를 앞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복권 없이 사면했다. 잔여 형만 면제된 김 전 지사는 2027년 12월 28일까지 피선거권이 없어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김 전 지사는 출소 후 첫 일정으로 28일 오전 10시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그는 참여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제1부속실 행정관을 거쳐 연설기획비서관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해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렸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8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며 지지자와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부인 김정순 씨.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으로 잔여 형기 5개월은 면제됐지만, 복권은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