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던 조모(37)씨는 4년간 운영한 가게를 접기로 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은 2000만원을 넘는데 매일 찍히는 매출은 평균 50만원도 안 된다.
밀가루, 커피 원두, 우유 등 원재료 가격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월매출 1500만원이 나와도 임대료 등의 고정비에 대출이자를 빼고 나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할 때가 많다. 대출이자 부담에 지난달부터 대리운전을 뛸 정도다.
조씨는 “크리스마스 때 케이크 주문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불경기를 실감했다. 재료비도 대출이자도 매월 오르는데 매출은 그대로다. 더 늦기 전에 폐업하고 다른 일을 찾는 게 낫다는 결론을 냈다”고 27일 토로했다.
고물가, 고금리가 소상공인들을 짓누르고 있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는 길어진다. 수입 원재료와 식자재 가격, 전기·가스요금, 대출이자율 등이 치솟자 폐업을 선택하거나 고민하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된다’는 암울한 전망이 가득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자영업자 500명을 설문한 결과에서도 소상공인들의 폐업 고민을 목격할 수 있다. 응답자의 40%가 “3년 안에 폐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영업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26.4%),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16.1%), 자금사정은 나빠지는데 대출 상환부담(15.1%)까지 더해지면서다.
서울 중구에서 100석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 건물에 입주한 상가가 20개가량 되는데, 벌써 5곳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김씨는 “그래도 이 동네는 시내에 속하니까 손님이 북적이고 연말 분위기가 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매출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60~70%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혹한까지 덮치면서 요식업계는 ‘연말 특수’마저 누리지 못한다. 실내에서 쇼핑, 문화생활,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백화점, 대형쇼핑몰, 아울렛 등으로 인파가 몰리기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이모(54)씨는 “출근길에 스타필드 주차장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낀다. 외식 물가가 올랐다고들 하는데, 비싼 백화점이나 쇼핑몰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빈익빈 부익부를 절감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소상공인들에게 ‘경기 침체’는 이미 피부에 와닿는 ‘칼바람’이다. 올해 초 1인 미용실을 열었던 장미연(35)씨는 이달부터 일주일에 이틀씩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장씨는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미용실, 옷가게에 쓰는 돈부터 아낀다고들 한다. 지난달부터 갑자기 손님이 확 줄었다. 원래 11월이 미용업계 불경기라서 각오를 했는데 예상보다 더 나빠서 일주일에 이틀은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몰락은 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5%에 안팎에 이른다. 잇딴 폐업과 자영업자 파산은 막대한 충격파를 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상공인이라는 ‘약한 고리’를 보호할 정부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발 금리 인상이 촉발한 경기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에게 3년간 대출 상환유예를 연장하거나 가산금리를 조정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구정하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