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저자인 조세희 작가의 별세 소식에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있다”고 밝히며 조 작가의 명복을 빌었다.
문 전 대통령은 26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를 비롯한 우리 세대는 ‘난쏘공’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불평등하고 비인간적인 모순을 직시하고, 약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의식과 실천 의지를 키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난쏘공’은 산업화와 개발 시대 저임금 노동자, 도시 빈민, 철거민들의 비참한 현실과 불평등을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다루면서도, 환상적이라고 할 만큼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읽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찌르는 공감과 감동을 준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이라고 평가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분노할 힘마저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린다”며 “선생님이 소설을 쓰지 않고 당대 비평 잡지를 만들던 이유를 묻는 제 질문에, ‘이 시대에 소설 쓰기가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쓸 수가 없다’며 고통스러워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그는 “코로나가 선생님의 생을 재촉했다니 더욱 가슴 아프다”며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조 작가는 지난 25일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그의 대표작인 ‘난쏘공’은 서울특별시 낙원구 행복동 무허가 주택에 사는 난쟁이 가족과 주변 인물들의 입으로 도시 빈민의 삶과 계급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1978년 출간 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꾸준히 읽혔다. 올해 7월까지 320쇄를 돌파했고 누적 발행 부수는 약 148만 부에 이른다.
고인은 2000년 ’작가의 말’에서 “나의 난장이 연작은 발간 뒤 몇 번의 위기를 맞았었지만 내가 처음 다짐했던 대로 죽지 않고 살아 독자들에게 전해졌다”고 적었다. 그는 “이 작품은 그동안 이어져 온 독자들에 의해 완성에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나는 느낀다. 이 점만 생각하면 나는 행복한 작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나는 아직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고 전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