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배기 백혈병 아기, 카티 치료로 생명의 불씨 되살렸다

입력 2022-12-26 12:16 수정 2022-12-26 16:59
국내 최연소 카티 치료를 받은 이주아 아기(가운데)가 아빠 엄마, 주치의 임호준 교수와 함께 기념 촬영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세상 빛을 본지 한 달여만에 백혈병을 진단받고 여러 치료에도 재발해 기대수명이 수개월 밖에 안됐던 생후 18개월의 아기가 혈액암에 혁신적인 ‘카티(CAR-T)’ 치료를 받고 꺼져가던 생명의 불씨를 되살렸다. 이 치료를 적용받은 국내 최연소 환자다.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CAR-T센터 임호준, 고경남, 김혜리, 강성한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팀은 B세포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 재발한 만 1세 이주아(여) 환아에게 지난 10월 카티 치료를 시행하고 한 달 뒤 진행한 골수검사에서 백혈병 세포가 싹 사라지는 ‘완전 관해’ 판정이 이뤄졌으며 미세 잔존암 검사에서도 암세포 0%로 측정됐다고 26일 밝혔다. 아기는 현재까지 부작용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 중이다.

카티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면역세포의 일종)를 채집해 실험실에서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CAR·키메릭항원수용체)을 붙여 다시 환자 몸에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단 한 차례 시행하는 ‘원샷 치료’로 여러 차례 이뤄지는 기존 항암·방사선 치료와는 다르다.

지난해 7월 말 태어난 지 불과 45일만에 백혈병을 진단받은 아기는 항암치료에 이어 올해 1월 엄마로부터 건강한 피를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까지 이식받았지만 지난 8월 재발했다.

때마침 재발·전이성 혈액암에 유일하게 허가받은 카티 치료제(킴리아)에 지난 4월 건강보험 적용이 막 이뤄진 상황이었다. 4억원 넘는 약값으로 인해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가 거의 없었는데, 보험 적용 후 최대 600만원으로 환자 부담이 줄면서 아기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만 1세 미만 백혈병 환아에게 해당 치료를 시행한 사례 보고가 전 세계적으로 드물었지만, 아기를 살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의료진은 카티 치료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임호준 교수는 “카티 치료로 재발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아기가 계속 안전하게 치료받으며 지금처럼 엄마 아빠의 사랑을 듬뿍받을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빠 이병훈씨는 “매 치료 과정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었는데 주아를 위해 헌신해 준 의료진에 감사한다. 건강이라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는데, 항상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