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앱을 통해 어린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3년간 성 착취를 일삼은 현역 육군 장교가 입대 전에도 노출 사진을 익명으로 공유하는 이른바 ‘일탈계’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로 확보된 이 장교의 외장하드에서는 텔레그램 ‘n번방’을 운영하며 성 착취물을 유포한 조주빈(27·구속)이 운영해온 ‘박사방’의 명칭을 딴 폴더도 발견됐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4)의 이 같은 성적 행위에 대한 욕망은 23일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영진)가 진행한 그의 사건 첫 공판에서 밝혀졌다.
담당 검사는 공소사실을 낭독하며 A씨가 입대 전 일탈계 계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A씨는 2018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아동·청소년 피해자 73명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피해자 5명의 성 착취물을 소지해 이를 빌미로 3명을 협박했다.
또 16세 미만 피해자 2명을 성폭행해 의제유사강간, 의제강제추행죄 혐의도 더해졌다.
A씨는 채팅 앱을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사진을 보내주면 그 대가로 돈을 주며 호감을 샀다. 이후 점점 노출 수위가 높은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개인용 클라우드 계정을 삭제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와 외장하드에서 성 착취물 1000여개를 발견,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
A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관해 인정 또는 부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이 제출한 방대한 증거기록 중 절반가량밖에 열람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나머지 증거기록을 모두 열람한 뒤 다음 기일에 밝히기로 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강원도여성권익증진상담소시설협의회는 재판 방청에 앞서 회견을 열고 A씨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더는 성 착취물이 야동으로 소비되는 일이 없도록 성 착취물 범죄에 재판부의 단호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 범행이 이뤄지던 시기는 텔레그램 ‘n번방’ 성 착취 사건으로 ‘박사’ 조주빈과 ‘갓갓’ 문형욱이 재판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공분했던 시기”라며 “A씨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범행을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의 외장하드에서 박사방이라는 폴더가 발견됐다. 적어도 n번방 가담자이며 아직 잡히지 않은 수만명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다만 A씨는 n번방과의 연관성은 부인했다.
A씨의 다음 재판은 1월 12일 열린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