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제가 아동 성추행 방임자라니… 참담하다”

입력 2022-12-23 10:44 수정 2022-12-23 12:38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아동 심리 전문가인 오은영 박사가 의붓딸을 향한 아빠의 과도한 신체 접촉을 방관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제가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쳐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오 박사는 자신이 출연하는 MBC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결혼지옥)’에서 의붓딸의 거부에도 억지로 신체접촉을 한 새아빠를 두고 “외로운 사람”이라며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다.

오 박사는 23일 낸 공식 입장문에서 “그동안 많은 사랑을 보내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이런 입장문을 드리게 돼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최근 방송을 본 많은 분이 걱정하시고 또 분노하시는 것을 보았다”며 “저 역시 이 사안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특히 아이의 복지나 안전 등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해당 방송분에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다”며 “저는 오래전부터 체벌을 절대 반대해 왔다. 절대로 해선 안 되며,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오 박사는 “시청자분들이 놀라신 그 사전 촬영된 장면에서 저 또한 큰 우려를 했다. 당연히 출연자인 남편에게도 ‘아이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아이의 의사에 반하는 문제 행동을 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연자 남편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진 행동으로 인해 아내에 의해 아동 학대 신고가 돼 경찰에서 교육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며 “그래서 더욱더 촬영 시간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아동 학대 교육의 연장선으로 ‘아이가 싫어하는 신체 접촉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교육적 지적과 설명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실제로 이 출연자 남편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많은 내용이 포함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오 박사는 또 “‘촉각이 예민한 아이’에 대한 언급은 출연자 부부의 딸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촉각이 예민한 아이들은 스스로 가깝게 생각하는 부모들의 신체 접촉도 불편하고 괴롭다고 느낄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며 “아이가 싫다는 표현을 하면 부모라도 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는 설명이었지 출연자 부부의 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절대로 출연자 자녀의 탓이라거나 남편의 행동을 옹호한다는 설명은 아니었다. ‘남편이 가엽다’라고 말한 부분은 과거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을 했던 것에 대해 ‘남편의 어린 시절이 가엽다’라고 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이”라며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앞서 오 박사가 출연한 해당 프로그램은 한 재혼 가정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 가정의 남편은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면서 아이를 껴안은 채 상반신을 간지럼 태우거나 ‘가짜 주사 놀이’라며 아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쿡쿡 찌르는 장난을 했다. 아이가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부적절한 신체접촉은 계속됐다.

새아빠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오 박사는 “가엾다. 외로운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너무 가여웠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의 기본 정서는 너무 외로운 사람이다. 남편은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계속 지키고 싶어하는 편이고 내 어깨에 누군가가 얼굴을 기대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두둔했는데, 이를 두고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