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고속도로에서 30분 넘게 차선을 넘나들며 위험천만한 주행을 펼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택시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서야 겨우 멈췄다.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는데, 정작 확인해보니 ‘저혈당 쇼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MBN은 택시 한 대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넘나들며 불안하게 주행하고 있는 영상을 보도했다. 이 차량은 차선을 지그재그로 왔다갔다하며 아찔한 장면을 수차례 연출했다. 옆 차로를 달리던 차와 부딪칠 뻔한 장면이 이어졌다. 예측 불가능한 택시의 움직임에 다른 차량들이 피해 다니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공무원 A씨가 제보한 영상에는 촬영하는 도중 불안한 택시의 모습에 “어어어어!”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담겼다. “얼마나 (술을) 마신 거야. 도대체”라며 처음에는 음주운전을 의심했던 상황도 포함됐다.
A씨는 MBN 인터뷰에서 “경찰에 신고하고 30분 정도 따라갔다”며 “진짜 사고가 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로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택시는 결국 가드레일을 들이받고서야 멈췄다. 그런데 해당 택시기사는 음주운전을 한 게 아니었다. 경찰 관계자는 “감지해보니까 음주는 해당 사항이 없고, 이분이 저혈당 쇼크가 와서 갑자기 막 어지러우니까 (비틀거리며 운전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앞서 경남 창원에서는 시내버스 기사가 운행 중 저혈당 쇼크로 정신을 잃고 맞은편 화물차를 들이받아 화물차 운전자가 숨지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저혈당증은 당뇨 환자 45%가 경험하는 증상인데, 심한 경우 쇼크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한성호 동아대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저혈당 쇼크가 오게 되면 의식이 뚜렷하지 않고 식은땀이 나면서 마치 음주운전 상태처럼 공간 감각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탕만 먹어도 당을 높일 수 있다며, 전조증상이 왔을 때 재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