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북쪽 세종로공원 부근부터 세종문화회관 앞까지 설치된 22개 조명기둥의 불이 하나씩 켜졌다. 빛기둥이 하늘을 수놓자, 길을 걸으며 조형물을 관람하던 사람들은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이어 리모델링 중인 KT 빌딩과 세종문화회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 전면을 활용해 영상들이 상영되기 시작했다. 영상은 세종의 상상에서 시작된 7개의 별 ‘칠정산’을 묘사하고 있었는데, 광화문광장 속 작은 우주처럼 보였다. 곳곳에서는 ‘와’ 하는 탄성 소리도 나왔다. ‘서울라이트 광화’ 시그니처쇼의 풍경이다.
지난 19일 개최된 서울라이트 광화는 서울시가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인 광화문광장 일대를 미디어아트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고자 준비한 행사로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특히 시그니처쇼는 오후 6시와 7시 30분, 8시, 9시부터 10분간 진행된다.
시그니처쇼가 끝나자, 곧이어 광화문광장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재즈풍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이와 동시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외벽에 남산타워·여의도 등 서울의 풍경을 묘사한 영상이 상영됐다. 사이트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비바 서울’이다. 이를 보고 있던 박성배(29)씨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이런 광경을 보기가 어려웠다”며 “영상 등을 통해 연말 분위기도 느껴지고, 잘 꾸며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참여형 프로그램인 미디어아트로 둘러싸인 박스에 들어가 보는 ‘시간의 틈’과 광장 중앙에 설치된 키오스크 앞 행동들이 KT 빌딩 외벽에 비치는 ‘둠칫둠칫 서울’이었다. 1도 남짓한 기온에도 10여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둠칫둠칫 서울을 이용한 이모(10)양은 “건물 외벽에 내가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니까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 광장 곳곳 서울시가 쇼를 감상하기 좋은 위치들을 선정해 바닥에 표시해둔 곳도 눈에 띄었다. 이는 해치마당과 세종대왕 동상 앞 등 총 6곳에 설치돼 있었다.
시민들은 향후 이같은 행사가 더 확대되길 바랐다. 행사를 보기 위해서 경기도 파주시에서 부인과 함께 온 이한근(79)씨는 “우리 세대는 이런 기회를 접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런 행사들이 계속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향후 서울라이트를 ‘비비드 시드니’와 같은 유명 빛 축제 브랜드로 확대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한강 내 섬을 배경으로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