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최용범(52) 용산소방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최 서장은 참사 당시 손을 떨며 브리핑을 하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돼 최 서장에 대한 응원 여론이 형성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소방당국 현장 지휘책임자였던 최 서장의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최 서장의 부실한 구조 지휘가 피해확산의 중요한 원인이 됐다고 판단했다”며 “실제로 현장에 도착한 당일 오후 10시30분쯤부터 지휘 선언을 하는 11시8분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당시 사고 상황을 재구성한 결과, 발생 추정 시간인 10시15분으로부터 1시간7분이 지난 11시22분에 인파 끼임이 풀린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11시7분쯤 이미 서울시소방재난본부의 상황보고서에 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고, 소방 내부 단체 대화방에도 이 같은 내용이 보고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특수본은 파악했다고 밝혔다.
최 서장이 대응 단계 발령 등 지휘를 제대로 했다면 이 시각을 앞당길 수 있었다는 게 특수본 판단이다. 특히 11시22분 끼임 해소 전까지 소방보다 경찰 인력이 투입돼 먼저 인파를 빼내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김 대변인은 “적절한 대응 단계 발령과 구조 지휘가 있었다면 더 일찍 끼임이 풀렸을 것이고, 그렇다면 많은 분들을 살릴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수본은 매뉴얼에 따른 응급환자 분류가 이뤄지지 않아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1순위 응급환자가 이송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그 결과 사망자들이 대거 이송되는 등 당장 조치가 급한 환자들이 계속 방치돼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특수본은 또 지하철 무정차 통과 등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송은영 이태원역장, 현장 도착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를 받는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등에 대해서도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