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네 발] 곰은 왜 철창에 갇혀 있었나

입력 2022-12-25 00:04
사육곰 농장에서 불법 번식된 사육곰들. 출처: 동물자유연대

지난 8일, 반달가슴곰 세 마리가 울산시 울주군 한 곰 농장에서 탈출했다. 탈출한 곰은 농장주 부부를 살해했고 다음 날 새벽 사살됐다. 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 지역 주민은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농장은 사육시설로 등록하지 않고 곰을 사육하고 있던 무등록 농가였다. 세 마리는 불법으로 낳아 키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농장에서는 지난해 5월에도 비슷한 탈출 사건이 있었다. 탈출한 곰은 야산에서 생포됐다. 곰을 감독하는 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해당 곰을 농장으로 돌려보냈다. 곰이 사유재산으로 분류돼 몰수 등의 조치가 어려웠다. 몰수하더라도 곰이 있을 곳이 없었다.

불법 곰 사육업자가 웅담을 판다고 홍보한 광고. 출처: 동물자유연대

2020년에는 경기도 용인시의 한 불법 사육 농장에서 만든 광고물이 적발됐다. 그날 현장방문자에게는 ‘특별 식사’를 제공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 특별 식사는 곰고기였다. 해당 농장주는 곰을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도살했다. 곰을 번식시켜 다른 농장에도 분양했다. 이달 8일 울주군에서 탈출한 곰은 이 농장에서 번식된 것이었다.


22년 6월 기준 불법 사육곰 적발 현황. 출처: 녹색연합

환경부가 조사한 사육 곰의 개체 수는 지난 6월 기준 322마리다. 하지만 이는 정확한 개체 수가 아니다. 2016년부터 사육 곰 번식은 불법이었고 농가들은 불법으로 번식을 시켜왔다. 녹색연합이 지난 7월 15일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까지 불법으로 태어난 곰은 44마리였다.
우리 안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있는 사육곰. 출처: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곰이 불법으로 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웅담이라 불리는 쓸개즙 때문이다. 몸에 좋다는 인식이 있어 많은 사람이 찾는다. 최근 면역력을 향상하는 효과로 코로나19 예방에 좋다며 찾는 이도 많았다.

환경부는 곰 사육을 종식하겠다고 지난 1월 26일 선언했다. 대대적으로 중성화 수술을 시행했고 사육되고 있는 곰은 구례군, 서천군에 보호시설을 설치해 보호할 예정이다. 2026년 1월 1일부터는 웅담 채취와 곰 사육을 아예 금지했다.

환경부는 곰 사육 종식을 선언하면서 ‘40년간의 고통 이제 끝낸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장담만큼 쉬이 해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