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아이콘’의 전 멤버 비아이(본명 김한빈)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 제보자를 협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쟁점이었던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는 양 전 대표의 발언이 실제 있었는지에 대해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해 신빙성이 낮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2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양 전 대표는 2016년 YG 소속 가수였던 비아이가 마약을 구매해 투약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공급책이었던 아이돌 연습생 A씨를 불러 회유·협박하고 진술 번복을 강요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비아이는 2016년 4월 A씨를 통해 LSD·대마초 등의 마약을 구매하고 이중 일부를 수차례 흡입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협박 당시 양 전 대표가 “너 연예계에 있을 애 같은데 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고 했다고 주장했는데, 별도 녹음 파일이 없는 이 발언의 신빙성이 이번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차례의 수사기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이 계속 바뀌고, 그 진술 내용이 시간이 지날수록 구체화된 것을 지적하며 신빙성이 높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구체적이고 자극적인 진술을 이끌어 내기 위해 특정 방향으로 유도해 (해당 발언을) 왜곡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 전 대표가 소속 가수의 형사 사건을 무마하고자 A씨에게 진술을 번복하도록 한 것은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를 설득하거나 압박하는 언행을 한 것으로 보이고 이 역시 형사사법행위를 침해하는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공소사실인 보복협박이나 강요로 처벌하려면 피해자가 의사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상태에서 진술이 번복돼야 하는데, 제출 증거만으로는 양 전 대표가 직접적으로 해악 고지하고 협박했다고 볼 증명이 없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