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만진 男에 “가엾다”…오은영에도 사과요구 봇물

입력 2022-12-22 06:36 수정 2022-12-22 09:52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7세 의붓딸의 거부에도 억지로 신체접촉을 한 새아빠를 두고 “외로운 사람”이라며 두둔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 오은영 박사를 향해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논란이 된 건 지난 19일 MBC에서 방송한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다뤄진 한 재혼 가정의 사연이었다. 이 가정의 남편은 일곱 살 의붓딸과 놀아주면서 아이를 껴안은 채 상반신을 간지럼 태우거나 ‘가짜 주사 놀이’라며 아이의 엉덩이를 손으로 쿡쿡 찌르는 장난을 했다. 아이가 수차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부적절한 신체접촉은 계속됐다.

새아빠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육아 전문가인 오은영 박사는 “가엾다. 외로운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너무 가여웠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의 기본 정서는 너무 외로운 사람이다. 남편은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계속 지키고 싶어하는 편이고 내 어깨에 누군가가 얼굴을 기대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고 두둔하기도 했다.

오 박사는 새아빠의 신체접촉에 불쾌함을 표한 아이에 대해 “촉각에 예민한 아이”라고도 표현했다. 아내에 대해서는 “정서적 개방성이 낮다. 감정 표현을 많이 안 하는 분이다. 아내가 감정표현을 안 해서 남편은 외롭고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각자 특성이 다른 거니까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

해당 방송을 놓고 아동성추행 논란이 불거지면서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민원게시판에는 항의 글이 폭주했다. 경찰청 스마트 국민제보에 가정폭력으로 신고했다는 인증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오 박사의 상담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오 박사가 사과와 정정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7세 여아 가슴과 엉덩이를 주무르는 건 외로운 남자가 잘 몰라서 저지를 수도 있는 실수이고 아이가 예민해서 벌어진 문제이니 남자를 이해하고 달래줘야 하는 일’이라고 업계 최고 전문가 입으로 입증되는 셈”이라는 글을 올려 큰 공감을 얻었다.

‘결혼지옥’ 제작진은 21일 내놓은 공식입장에서 오 박사를 향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오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며 “그러나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 및 MC들이 남편의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드린 것은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해당 방송에서 의붓딸에게 신체접촉을 한 새아빠는 결국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 대한 신고를 접수하고 입건 전 조사에 들어갔다고 이날 밝혔다.

전북경찰청은 “과거에도 해당 가정을 상대로 한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다”면서 수사 개시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