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7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던 남편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나 더는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토로한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21일 YTN 라디오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결혼 1년 차 여성 A씨의 고민이 소개됐다. A씨는 늦은 나이에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남편 B씨와 만나 결혼했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은 결혼 전 자신이 명문대를 졸업했고 연봉 7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본사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남편은 대기업 본사 건물의 파견 계약직이었다. 연봉은 4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졸업한 대학은 명문대의 지방 캠퍼스였다.
A씨는 “연애 기간이 짧아 서로에 대해 알아갈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게 문제였나”라며 “남편의 거짓말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거짓말”이라고 했다.
남편 B씨는 A씨가 믿고 싶은 대로 믿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남편은 제가 믿고 싶은 대로 믿으며 오해를 했다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한다”며 “이렇게 매일 속고 있다는 기분을 가지고 결혼생활을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의 거짓말이 이혼 사유가 되냐”고 조언을 구했다. 또 결혼정보업체를 상대로 위자료 소송이 가능한지도 물었다.
이 방송에 나온 김선영 변호사는 “남편의 기망행위를 입증하면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정보업체로부터 받은 정보, 남편과의 대화나 문자, 친인척 진술 등을 바탕으로 남편이 의도적으로 A씨를 속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이혼 소송과 위자료 소송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김 변호사는 “법원 판례를 보면 경력, 학력, 건강, 가족 사항, 집안 내력, 경제력 등을 혼인 의사 결정의 본질적 내용으로 본다”며 “그 내용 전반에 대해 적극적으로 거짓말하고, 상대방이 이에 따라 착오에 빠져 혼인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면 이혼을 넘어 혼인의 취소까지 구할 수 있다”고 했다.
혼인 취소는 ‘혼인 전’ 발생한 사유로, 이혼은 ‘혼인 후’ 생긴 사유를 원인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민법 제816조 제3호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경우 혼인의 취소까지 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사기를 안 날 또는 강박을 면한 날로부터 3개월을 경과한 때 취소를 청구하지 못한다는 기간 제한이 있다.
또 김 변호사는 남편의 기망 정도를 어느 정도로 입증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직업, 수입 등을 잘 보이기 위해 다소 과장한 정도로는 혼인 취소나 이혼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 남편의 경우 학력, 경력, 수입을 속인 것이 다소의 포장에 불과한 것인지 여부가 판단 기준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경력, 학력, 수입 등을 속인 것을 명백히 입증할 수 있다면 민법 제846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A씨가 남편 B씨를 상대로 위자료 및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남편이 학력, 경력, 수입을 속임으로써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 남편에게 혼인 파탄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또 결혼정보업체에 대해서는 “‘신원을 검증해서 상대를 소개한다’는 식 홍보를 했음에도 최소한의 검증조차 하지 않은 것이 확인된다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재산적 손해는 물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