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 시장 매물인 한화손해보험 매각에 청신호가 켜졌다. 제조업체로 따지면 원가율에 해당하는 손해율이 내려가면서 실적이 개선됐고 이로 인해 신용 등급이 오른 것이다. 그러나 내년은 손보 산업 전망이 밝지 않다. 올해보다 나쁠 연간 실적이 확정되기 전에 매각 작업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평가다.
2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한화손해보험의 기발행 후순위 회사채 신용 등급을 ‘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보험금 지급능력평가 등급을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각각 한 단계씩 올려잡았다. 이로써 한화손해보험은 5대 중소형 손보사 중 ‘AA/안정적’인 메리츠화재에 이어 후순위채 신용 등급이 두 번째로 높아졌다.
한화손해보험 신용 등급이 오른 가장 큰 이유는 실적 개선이다. 2019년 85.5%였던 손해율은 올해 9월 말 82.4%까지 하락했다. 손해율이 3% 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은 코로나19로 이동과 병원 이용을 자유롭게 하기 어려워지면서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에 따라 2019년 610억원 마이너스였던 당기순이익은 올해 9월 말 2468억원 플러스로 껑충 뛰었다.
손해율과 실적 등 재무 지표 개선은 손보업계 강력한 원매자로 꼽히는 은행계 금융지주사에 강력히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은행계 금융지주사는 매해 실적에 민감해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안정적인 이익을 내는 금융사를 인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에 오랜 기간 눈독을 들여온 신한금융지주와 올해 3월 함영주 회장 취임으로 4대 은행계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먼저 전열을 재정비한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검토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은 2014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해 손보 포트폴리오를 일찍이 강화했고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탓에 M&A를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매각전이 본격화한다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 2파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투자은행(IB)업계 관측이다.
IB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를 한화손해보험 매각 적기로 본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손보사에 들어오는 원수 보험료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손보업계 주된 먹거리인 장기보험과 일반보험을 중심으로 신규 상품 가입 여력이 상당 폭 축소된다는 관측이다. 자동차보험 또한 완성차 판매량이 감소하는 데다 금융당국의 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세 재미를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따라 이동량과 병원 이용량이 모두 증가하면서 최근 3년간 안정됐던 자동차보험, 장기보험 손해율은 재상승이 불가피하다.
IB업계 관계자는 “한화손해보험은 사모펀드 운용사가 보유해 ‘매각가 눈높이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손해보험 대비 가격적으로 메리트가 있지만 부정적인 내년 손보 업황을 이겨낼 만큼 상품 경쟁력이나 보험 계약 인수(언더라이팅) 등 경영 관리 역량이 뛰어나지는 않다”면서 “정점일 올해 재무 지표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해 내년 상반기 중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손해보험 측은 “그룹 차원에서 한화손해보험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