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월 아이에게 “미쳤냐”…‘몰래 녹음’, 법이 인정했다

입력 2022-12-21 15:23 수정 2022-12-21 15:29
국민일보DB

생후 21개월 된 영아에게 소리를 지르고 조롱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피해 영아의 보호자가 녹음기를 몰래 숨겨 확보한 증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구지법 형사2단독 김형호 판사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가중처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27·여)에게 벌금 500만원, B씨(37·여)에게 벌금 3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두 사람에게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1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 7일 오전 11시17분쯤 어린이집 교실에서 점심 식사를 준비하던 중 식탁을 잡고 서 있던 21개월짜리 C군이 울기 시작하자 큰 소리로 말하는 등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의 범행은 C군 아버지가 학대 정황을 의심해 C군 몸에 소형 녹음기를 숨겨 보내면서 드러났다.

녹음기에는 두 사람이 “미쳤냐” “오버하지마” 등의 말을 하는 목소리가 모두 녹음됐다. C군이 식사하지 않고 울먹이자 우는 소리를 흉내 내며 비아냥거리거나, C군을 달래지 않고 “울지마. 너 안 먹여” “시끄러워” “귀 아파”라고 말한 것도 녹음파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들은 C군이 계속 울면서 토하자 “실컷 올리라(토하라)”면서 갑 티슈 통을 바닥에 던지듯이 떨어뜨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토사물을 닦아내는 과정에서 C군 머리가 갑 티슈 통에 부딪히기도 했다.

C군의 아버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경찰에 제출했다.

A씨 측은 이 녹음 파일이 제삼자 간 대화를 몰래 녹음한 것이므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인격권을 침해해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동학대가 보호자가 관여할 수 없는 곳에서 있었고, 어린 피해 아동의 언어 능력이 미약해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점 등을 들어 녹음파일을 증거로 인정했다. 또 녹음된 내용이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김 판사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아버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몰래 녹음했다고 해서 인격적 이익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할 때 사회 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할 정도의 현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