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국제행사 심사 대상 완화…방만 재정 우려 논란

입력 2022-12-21 07:53 수정 2022-12-21 07:55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식. 연합뉴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제행사 심사 대상을 기존 국비 10억원 이상 소요 사업에서 20억원 이상 사업으로 바꿨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최하는 소규모 국제행사의 심사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심사 대상 사업이 줄어들면 부실 행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국가 재정이 방만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정부의 ‘튼튼한 재정’ 기조와도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기재부는 지난달 ‘국제행사의 유치·개최 등에 관한 규정’ 및 ‘국제행사관리지침’을 개정했다. 기존에는 10억원 이상의 국비가 지원되는 국제행사에 대해 기재부 산하 국제행사심사위원회가 사전 심사를 벌인 뒤 승인 여부를 결정했다. 주무 기관이 소관 부처에 국제행사 심사를 신청하고, 최종적으로 기재부가 승인하는 구조다. 정부는 이 가운데 총사업비 50억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하고, 50억원 미만 사업은 개별 전문위원회를 통해 경제성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심사 대상 행사 기준이 20억원 이상의 국비가 소요되는 국제행사로 변경됐다. 국비 20억원 미만의 행사에 대해선 정부가 심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와 지자체의 자율성을 높인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실 없는 부실한 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국제행사 심사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심사를 신청한 249개의 국제행사 가운데 국비 10억~20억원 규모의 사업은 66개(26.5%)로, 국비 40억~50억원 사업(23개)의 3배에 달했다. 그만큼 지자체의 소규모 국제행사 심사 신청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심사 대상을 줄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보다 많은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 심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러나 국제행사 심사 신청 건수는 2017년 8건, 2018년 8건, 2019년 9건, 2020년 11건, 지난해 8건 등 매년 10건 내외에 그치고 있다.

행사 승인률도 높다. 기재부 국제행사심사위는 자격심사를 맡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05건의 국제행사를 심사했는데 이 가운데 국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는 11건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초에 지원 대상으로 미선정되더라도 추후 다시 신청해 선정되는 사례가 대다수”라며 “자격심사의 기능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 대신 빚만 남기는 국제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전라남도의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는 국가예산(1001억원)과 지방예산(5031억원)을 투입했지만, 2010년 첫 대회 이후 4년 만에 1910억원의 누적 적자를 남겼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도 국가예산 5039억원과 지자체예산 1조5460억원을 투입했지만, 1조3336억원의 빚이 남았다.

기재부는 국제행사와 관련해 기존 타당성 조사를 정책성등급조사로 바꾸는 등 심사 제도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행사 사업비의 적정성 조사를 강화하고 행사가 국가 정책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 등을 따져 국비를 0~30%까지 4등급으로 나눠 차등 지원할 방침이다.

또 사후 조사를 벌여 국제행사가 부실하게 운영됐을 경우 감점을 통해 국비지원 규모를 낮출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행 타당성 조사는 국제행사 선정에 관대한 경향이 있었다”며 “이를 정책성등급조사로 바꿔 국고 지원 체계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소규모 국제행사도 관리·감독할 수 있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