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고용시장…채용 줄이고 희망퇴직 받는다

입력 2022-12-20 10:19 수정 2022-12-20 10:22
국민일보DB.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실적을 내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는 등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에 나섰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바람이 국내에까지 불어닥칠 전망이다.

거센 희망퇴직 바람…5대 은행서 2400명 떠날 예정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2020년에도 한차례 희망퇴직을 시행했던 롯데하이마트는 가전 시장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또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했다.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도 희망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LG디스플레이는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3∼7개월씩 한시적으로 자율 휴직을 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가에도 이러한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우리은행, NH농협은행, 수협은행 등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만 40세 직원도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됐다.

올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약 2400여명이 희망퇴직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게 될 전망이다.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12.2%는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감원 목적의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고, 조만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2.7%나 됐다. ‘일부 부문 또는 팀을 통합하거나 인력 재배치 진행(예정)’이라는 응답도 23.3%였다.

기업 10곳 중 3.6곳…“채용 축소 및 중단할 것”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내년 고용시장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사람인 HR연구소가 최근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 중단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아 대기업 중심의 신규 채용 축소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올해보다 채용을 늘릴 것이라는 답변은 10.3%에 그쳤다. 채용 계획보다 적게 뽑거나(31.1%) 채용 계획이 없을 것(18.4%)으로 예상하는 답변이 절반에 달했다.

실제로 통신사와 플랫폼 기업들은 내년 경기 부진을 우려하며 채용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년 경제 여건이나 사업 성장세 등에 따라 고용 수준이 축소될 수 있다”고 밝혔고,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채용 속도를 조절하고 있고 채용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내년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설업계도 채용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중소건설사를 포함해 최근 대형건설사 일부는 자금난을 겪는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100명 정도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경력직과 수시채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