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1시간 일하고 주말 등산 중 사망… 법원 “산재 아냐”

입력 2022-12-19 14:39

주 52시간 가까이 근무한 뒤 주말 등산 중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근로자 측이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사망과 업무 사이 뚜렷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어 산업재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회사에서 이사로 승진하고 한 달 뒤인 2017년 2월 주말 등산을 나갔다가 정상에서 돌연 쓰러져 숨졌다. 사인은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A씨는 사망 전 일주일간 51시간29분을 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을 뺀 직전 12주간은 주당 평균 47시간59분을 일했다. 유족은 2018년 6월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로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했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달라고 했지만,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A씨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거부했다. 유족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며 근로복지공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동료 근로자들과 사업부 진술에 따르면 고객의 요청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망인이 모든 업무를 총괄하지는 않았고 특정 제품군만 담당해 그가 받은 스트레스가 보통의 근로자들에게 발생하는 정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A씨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소견이 있었지만 이를 치료받았다고 볼 사정이 없다”며 “당시 그가 금연을 했다고 해도 15년간 하루 20개비의 흡연력이 있고, 영하에 가까운 기온에 갑작스럽게 등산을 하는 바람에 몸에 무리가 와 사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