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오는 19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게릴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서울시의 무정차 조치를 막기 위해 지하철 역사를 알리지 않고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SNS를 통해 미리 시위 역과 동선을 공개해오던 걸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전장연은 18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오전 8시 지하철 선전전은 지하철 역사를 알리지 않고 진행하고 오전 9시까지 삼각지역 승강장에 집결한다”며 “장소가 알려지면 서울시에서 무정차 조치를 취하기에 부득이하게 선전전 장소를 미리 공지하지 않는 것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주장하면서 장애인 관련 예산 확대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에 휠체어를 타고 탑승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해왔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지난 12일 지연이 심해질 경우 지하철역 무정차 통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지난 14일 삼각지역에서 진행된 탑승 시위에서 7분30초쯤 운행이 지연되자 한 차례 무정차 통과를 시행했다. ‘무정차 통과’ 입장 발표 후 첫 시행이었다.
전장연은 게릴라 시위로 전환하는 이유에 대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무정차 통과를 하기 때문”이라며 “국가로 인해 장애인이 평생 당해온 차별과 폭력을 압축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정차’ 조치를 규탄한다. 무정차 통과 조치는 집회 시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반발했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 변경으로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등은 더욱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전에 시위 장소와 동선을 모르니 미리 대응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다만 무정차 통과는 지하철역 내부나 열차 안 밀집도에 따라 현장에서 판단하므로 사전에 시위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또 다른 장애인단체의 맞대응 시위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수도권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지하철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연대’는 전장연 시위 직전 이들의 앞을 막아서면서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의 승강장 진입을 막았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 한국교통장애인협회 등도 이번 주 전장연 시위에 대응하는 회의를 열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