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4대 1로 꺾고 8강에 진출한 브라질 대표팀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브라질 선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2·레알 마드리드)의 기자회견 중 나타난 고양이가 원인이었다. 모든 시선이 테이블 위에 올라온 고양이에게 쏠렸다. 이를 본 브라질 축구협회 관계자는 고양이의 등과 목을 잡아 떨어트렸다. 언론은 관계자가 고양이를 너무 함부로 다뤘다고 지적했다.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의 문화도 함께 도마에 올랐다. 카타르의 국교인 이슬람교는 고양이를 신성시한다. 브라질에게 고양이가 저주를 내릴 수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논란이 일자 브라질 대표팀은 고양이에게 숫자 6을 뜻하는 ‘헥사’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월드컵 통산 6번째 우승을 이루겠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고양이가 저주를 내렸는지는 모르지만, 브라질 대표팀은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패하며 카타르에서 떠나야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역시 카타르에서 고양이를 만났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숙소 근처에서 식사하던 중 주위를 떠돌던 길고양이와 친구가 됐다. 선수단은 이 고양이에게 ‘데이브’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극진히 챙겼다. SNS를 통해 선수뿐만 아니라 팬들도 데이브와 깊은 친밀감을 쌓았다. 잉글랜드 수비수 카일 워커(32·맨체스터 시티)는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데이브를 자신이 입양하겠다고 선언했다.
잉글랜드는 8강전에서 프랑스에 패배했다. 그러나 ‘묘연’은 끝이 아니었다. 데이브는 선수단에 의해 영국으로 가게 됐다. 워커는 잉글랜드 축구협회 유튜브를 통해 데이브를 입양했다고 밝혔다. 데이브는 병원에서 백신 접종 등 필요한 절차를 마친 후 영국에 살게 될 전망이다.
데이브와 유사한 사연이 20년 전 한국에서 보도된 바가 있다. 한일월드컵 당시 스페인 기자가 울산의 한 개시장에서 산 강아지가 주인공이었다. 기자는 이 강아지를 스페인 대표팀에게 기증했다. 스페인 대표팀은 강아지에게 당시 스페인 감독 카마초의 이름을 따 ‘카마친’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아쉽게도 카마친의 행방은 알려지지 않았다.
데이브와 카마친이 환영받은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다. 선수들은 경기를 앞두고 중압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럴 때 동물에게서 정서적 안정을 받을 수 있다. 동물이 사람에게 주는 긍정적 효과는 여러 차례 증명된 바 있다. 반려동물과 하루에 한 번 눈을 맞추는 것만으로 행복감이 상승하고, 동물과의 접촉만으로도 불안이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모든 동물이 환영받지는 못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탈리아 대표팀의 사례가 있다. 당시 대한민국과의 16강전을 앞두고 이탈리아 숙소에서 뱀이 출몰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숙소 관리인에게 “이 뱀을 죽여 달라”며 예민하게 반응했다. 이탈리아에는 로마 제국 시절부터 전쟁 전 진영에 뱀이 나타나면 반드시 싸움에서 진다는 징크스가 있다. 그 징크스가 맞았는지는 모르지만, 이탈리아는 정말 한국에 패배하고 쓸쓸히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도심 속 네 발’은 동물의 네 발, 인간의 발이 아닌 동물의 발이라는 의미입니다. 도심 속에서 포착된 동물의 발자취를 따라가겠습니다.
유승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