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16일 여야 원내대표를 향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어야지”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김 의장은 여야가 예산안 관련 주요 쟁점들에 대해 합의를 도출하는 데 난항을 겪자, 답답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국회의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만나 “어제(15일) 제가 마지막 중재안을 내놓고 오늘 중에는 합의안을 만들어 줬으면 했는데, 오늘도 타결이 안 돼 참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우리 경제가 어떻느냐”고 물은 뒤 “소비와 수출, 투자가 줄고 성장률도 떨어지는 한마디로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이 경제를 그나마 살려낼 수단이 정부와 정치권이 갖고 있는 재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오늘이 벌써 16일인데, 아직까지 제대로 합의도 안 하고 있으면 (예산이) 언제 집행이 되겠느냐”며 “이렇게 되면 구정 전에는 집행이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 의장은 특히 “이럴 때 가장 어려운 사람은 취약계층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의장은 “지방자치법상 광역단체는 오늘까지 예산 심의를 끝내야 하고 기초단체는 오는 22일까지 예산 심의를 끝내게 돼 있다”면서 “그렇게 해야 겨우 구정 전까지 복지 예산이 지출돼 ‘세 모녀 사건’ 같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장은 현 상황을 두고 “우리 경제를 살리고 취약계층을 도우려는 수레바퀴를 국회가 붙잡고 못 굴러가게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의장은 그러면서 주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를 향해 “정말 간곡하게 다시 한번 부탁한다. 오늘이라도 여야가 합의안을 발표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김 의장의 이같은 당부에도 여야는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주 원내대표는 “정권이 교체됐으니 민주당이 (윤석열정부) 첫해에는 정부가 소신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동안 양보에 양보를 해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는 게 솔직한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독불장군식 가이드라인 제시 말고 국회와 여야 판단을 온전히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 최대한 더 협의해 더 늦지 않게 빠른 시간 안에 합의에 이르자고 노력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회의장이 조속한 예산 처리를 요청한 만큼 여야가 최선을 다해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