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 밥을 달라고 칭얼대는 네살배기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친모가 체포된 가운데, 사망한 아이는 6개월 전부터 영양실조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4세 딸을 숨지게 한 친모 A씨(26)는 평소에도 딸에게 밥을 제대로 주지 않아 6개월 전부터 영양실조에 시달렸다. 지속적인 폭행이 이뤄졌다는 주변인 진술도 확보했다. 본래 비장애인이었던 딸은 6개월 전부터 영양실조와 함께 시각장애 증세까지 나타났다고 한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7시30쯤 딸 아이를 직접 안고 부산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아이는 병원 도착 전 이미 숨진 상태였다. 아이 얼굴의 살갗이 벗겨지고 가슴에 멍 자국이 있는 것을 발견한 의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아이의 체중은 또래 절반 정도인 10㎏에 그쳤다.
A씨는 이날 오전 6시쯤 퇴근한 뒤 금정구 자택에서 잠을 자던 중 배가 고프다며 자신을 깨우는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를 받는다.
사건 당일 A씨는 주먹으로 딸의 얼굴과 등, 허벅지 등을 폭행했으며 딸이 입에서 거품을 무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 뒤 숨을 쉬지 않자 뒤늦게 병원으로 데려간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폭행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평소) 말 안들어서 때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배가 고프다고 밥 달라고 이야기한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2016년쯤 결혼한 뒤 슬하에 자녀 2명을 뒀다. 하지만 남편이 자신과 아이들에게 폭력을 쓰자 딸만 데리고 나와 2년 전부터 부산 지인 집에서 살았다. 본래 거주하던 곳은 경북 지역이었다.
과거 친아빠가 학대한다는 신고가 한 건 접수된 적은 있지만, 부산에 온 이후 학대 의심 신고는 없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숨진 아이가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엄마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