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 SSG랜더스 단장 교체와 관련해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정용진 구단주(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정 구단주는 15일 인스타그램 소개글에 “여기는 개인적인 공간임.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기를 바람. 마음에 들지 않거나 불편한 포스팅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기 바람. 영원히 안 보이게 해드리겠음”이라고 적었다.
얼마 뒤 그는 해당 문구를 수정했다. 정 구단주는 다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소통이 아님. ‘~이 아님을 증명하라’ 주장하는 사람이 ~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 증명하기 전까지는 상대의 말을 믿은 것. 나도 지금 그러는 중”이라고 썼다.
이는 SSG랜더스 야구단 단장 교체와 관련해 일부 팬들이 ‘비선 실세’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한 입장 표명으로 보인다. 비선 실세가 없기 때문에 그걸 증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구단주의 글과 관련해 신세계그룹 측은 “‘소통이라고 착각하지 말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른 일에 대해 인스타그램에 찾아와 악플을 다는 행위는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니다’는 뜻을 강조하는 의미였다”고 MBN에 설명했다. 앞선 글이 오해를 부를 수 있어 게시물을 새로 올렸다는 것이다.
부임 2년 만에 SSG랜더스의 올 시즌 정규리그·통합우승에 기여한 야구단 운영 전문가 류선규 단장이 지난 12일 특별한 사유 없이 자진 사임하자 일부 팬들은 비선 실세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 구단주와 각별하지만 SSG랜더스의 모기업인 신세계그룹과는 무관한 한 인사가 구단 운영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단장 교체에서 드러난 구단 운영 난맥상에 분노한 SSG랜더스 팬들은 트럭 시위로 분노를 표출했다. 팬들은 이날 트럭 두 대를 동원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대에서 종로구 신세계백화점 본점까지 이동하며 시위를 벌였다.
트럭에는 ‘인천 야구에 비선 실세 필요 없다. 신세계 인맥 야구 아웃’ ‘베테랑 단장 내쫓고 비선 실세 바지 단장 앉히는 정용진 구단주’ ‘구단 몰래 선수 영입 시도하는 비선 실세’ 등의 문구가 실렸다.
앞서 SSG랜더스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비선 실세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으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인사가 (구단 운영의) “자문 역할을 해주시는 분 중 한 분”이라고 해명해 의혹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SSG랜더스 새 단장에는 김성용 퓨처스(2군) R&D 센터장이 선임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