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스토킹 범죄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피해자 여성의 모친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이석준(26)이 항소심 재판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형에 처해도 할 말 없을 만큼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문광섭)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강간상해, 불법촬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석준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석준은 지난해 12월 10일 자신이 저지른 스토킹 범죄 등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A씨의 집을 찾아가 A씨 모친을 살해하고 초등학생인 남동생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다. 범행 닷새 전 이석준은 A씨를 자택에 감금·성폭행하고 이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는데, A씨 부모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흥신소 업자에게 50만원을 주고 A씨 자택 주소를 알아낸 뒤 택배기사로 위장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석준 측은 항소심 재판에서 “A씨 모친에 대한 보복 목적은 없었다”며 특가법이 적용되는 보복살인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석준이 느낀 분노와 보복감은 A씨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경찰에 신고해 수사 단서를 제공한 A씨 어머니에 대해서도 중첩적으로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석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석준이 흥신소를 통해 알아낸 A씨 주소지에 찾아가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다가 A씨가 외출하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들어가 A씨 모친을 공격한 점 등을 고려하면 보복 목적 살인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장은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지난 9월에도 A씨 모친에 대한 보복살인 혐의를 부인하는 이석준 측에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라”며 질타했었다. 그는 당시 “보복살인이라 할 때 그 대상과 피해자가 일치해야 하느냐”며 “A씨에 대한 보복 목적으로 B를 살해했을 때 그 두 사람이 관련성이 없는 남남이라면 보복살인이 아니겠지만 이 사건에서 두 사람은 가족관계이지 않느냐. 가족이 해를 입음으로 인해 그 피해자는 얼마나 슬프겠나”라고 말했다.
이석준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흥신소에서 받은 A씨 주소가 불법 경로로 취득된 것인지는 몰랐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 아니라는 주장도 폈다. 재판부는 “의뢰한 흥신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경로와 방법으로 A씨 주소지 정보를 취득했는지는 몰랐다고 해도 이들이 부정한 수단과 방법으로 주소지를 취득했을 것이라는 점은 이석준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석준에게 A씨 주소지 정보를 제공하는 데 관여한 흥신소 업자들과 공무원이 모두 형사처벌된 상황도 거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유족들은 안식처인 집 안에서 매우 잔혹한 범행으로 배우자이자 어머니인 피해자를 잃게 됐고, 형언할 수도 지울 수도 없는 고통을 겪게 됐다”며 “그런데도 이석준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과 그 계획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고민을 했지만,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기보다는 영구히 사회에서 격리하는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