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젊은 피’ ‘외부 피’로 쇄신에 무게 싣는다

입력 2022-12-15 17:14
왼쪽부터 이훈기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장 사장, 이창엽 롯데제과 대표이사 내정 부사장,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롯데지주 제공


롯데그룹이 ‘새로운 롯데’를 앞세우며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고 40대 초반 임원까지 배출하며 인적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국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내년 ‘영구적 위기’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긴장감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인사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15일 롯데지주를 포함한 35개 계열사의 이사회를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이번 인사에 앞서 그룹 신사업에 속도를 내고 기존 사업의 변화 실현을 이끌기 위한 솔루션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지주 ESG 경영혁신실 이훈기(55)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각 계열사 대표이사(CEO)의 전체 연령이 젊어졌다. 이 사장을 포함해 롯데 CEO 전체 평균 연령은 57세가 됐다. 지난해 평균(58세)보다도 내려갔다. 사장 직급 평균 나이는 3세가량 낮아졌다. 젊은 리더십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신임 임원 중 46%는 40대가 차지했다. 45세 이하 신임 임원도 등장했다.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하이마트 이용우 상무보, 롯데글로벌로지스 황호진 상무보, 롯데상사 박강민 상무보 등이다. 60대인 송용덕(67) 롯데지주 대표이사(부회장), 김현수(66) 롯데렌탈 대표, 하석주(64) 롯데건설 대표는 용퇴했다. 신 회장의 장남 신유열(36)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는 상무보에서 승진했다.

외부 수혈도 눈에 띈다. 이창엽(55)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이 롯데제과 대표에 내정됐다. 그룹 모테인 롯데제과 대표에 외부인사가 선임된 것은 처음이다. 이 신임 대표는 한국 P&G, 초콜릿 브랜드 허쉬 한국 법인장, 한국 코카콜라 대표 등을 역임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다. 롯데푸드와 합병한 롯데제과가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강력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혜주 신한은행 상무는 롯데멤버스 대표(전무)로 내정됐다. 김 전무는 삼성전자, KT를 거친 빅데이터 전문가다. 롯데가 보유한 4000만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고 디지털 혁신을 이끌며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전무는 롯데그룹 첫 외부인사 출신의 여성대표다. 공석인 롯데렌탈 대표도 외부 전략 전문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 전문가의 자리 이동도 있었다. 호텔 군 총괄대표 겸 롯데호텔 대표이사로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가 이동한다. 안세진 총괄대표는 그룹 싱크탱크인 롯데 미래전략연구소장으로 옮긴다. 남창희 롯데슈퍼 대표는 롯데하이마트 대표로 내정됐다.

여성 임원도 늘었다. 롯데제과 정미혜 상무보, 롯데칠성 채혜영 상무보, 롯데백화점 한지연 상무보, 롯데홈쇼핑 김지연 상무보, 롯데건설 이정민 상무보, 롯데에이엠씨 윤영주 상무보 등 6명이 새로 선임됐다. 롯데그룹의 여성 임원은 47명으로 전체 임원의 7.1% 수준이다.

올해 롯데그룹 인사는 예년보다 2주 이상 늦어졌다. 어느 때보다 고심이 깊었던 인사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변화와 쇄신을 실현하기 위해 정밀한 검증과 검토 과정을 거쳤다”며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 미래경쟁력 창출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