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지시를 받아 휴대전화를 훼손한 후 버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혼 배우자 A씨가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일부 자백했다. 검찰은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다.
A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증거인멸 혐의 결심 공판에서 “제가 법적인 지식에 무지해 남편이 버리라고 했어도 보관했어야 하는데 생각 없이 버린 것을 후회하고 있다”면 선처를 호소했다. A씨는 그간 ‘결별 요구에 화가 나 휴대전화를 부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증거인멸 혐의를 부인해왔는데, 결심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는 자백성 진술을 내놓은 것이다.
A씨 변호인도 “피고인은 유 전 본부장이 제출한 진술서 범위 내에서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9월 29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기 직전 휴대전화를 폐기하라는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요구에 따라 A씨에게 휴대전화를 버리라고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로 지난 4월 기소됐다. 지난 7월까지도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부인했던 그는 직전 공판이 열린 지난달 17일 “A씨에게 증거인멸을 교사한 행위를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다”며 돌연 혐의를 인정하는 자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A씨 변호인은 “이 사건 휴대전화만을 특정해 없애 달라는 지시는 없었으나, A씨는 휴대전화 포함 유 전 본부장 물건을 버리라는 부탁을 받고 해당 행위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버린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소사실을 자백한다는 취지냐”는 주 부장판사의 질문에는 “일부 자백, 일부 인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답했다.
검찰은 “형사사건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를 인멸한 사건으로 사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다만 수사 초기와 달리 유 전 본부장이 사후적으로 범행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유 전 본부장이 뒤늦게 자신의 클라우드 서버 비밀번호를 제공해 이 사건 휴대전화 증거 자료가 확보된 점, 그의 사실관계 진술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실체가 상당 부분 규명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