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경로당’…광주 퇴직 공무원·전직 지방의원 특혜 누려

입력 2022-12-15 15:25 수정 2022-12-15 17:02

광주시와 각 자치구가 전직 지방의원, 퇴직 공무원들이 독점해온 특정 경로당에 혈세를 ‘꼼수’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남구 전직 구의원으로 구성된 ‘의정동우회‘와 광주권 퇴직 공무원이 참여한 ‘행정동우회’에 대한 특혜 논란이 불거졌다.

15일 광주시에 따르면 남구와 서구가 사실상 의정·행정 동우회 사무실 역할을 하는 경로당에 다양한 항목으로 예산을 집중 지원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남구는 지난 10월 진월동 한 건물 2층에 들어선 ‘의정동우회 특별경로당’에 임차보증금 5000만원, 개보수 비용 1990만원, 가전제품 구입비 1700만원과 함께 83만원의 월세를 향후 5년간 매달 부담하기로 했다.

특별경로당으로 명칭을 정한 이 경로당 회원은 전원 남구 전·현직 구의원이다. 남구는 지자체 예산편성 기준에 따른 보조금 지급이 어렵게되자 의정동우회 전용 경로당을 명분 삼아 예산을 배정했다.

서구 역시 퇴직 공무원들이 주로 다니는 치평동 한 경로당에 2017년부터 6년여 동안 매달 34만원의 운영비와 가전제품 구입비 460만원 등 그동안 246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로당 회원 88명은 모두 광주시와 자치구 5급 이상 퇴직 공무원 친목단체인 ‘행정동우회’ 회원들로 확인됐다.

시는 더 나아가 해당 경로당을 사실상 전용 사무실로 활용해온 행정동우회에 2020년부터 올해까지 홍보책자 제작비, 봉사활동 중식비, 현수막 제작비 등의 명목으로 7200만원의 보조금을 별도 지원했다.

전직 구의원·퇴직 공무원 경로당에 잇따른 특혜 시비가 제기되자 공무원 노조와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광주지역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행정동우회 지원조례안이 발의됐지만 반대여론에 막혀 무산됐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지원 예산은 모두 회수하고 정치적 활동을 일삼는 행정동우회 사무실은 즉시 폐쇄하라”고 주장했다.

앞서 광주지역본부 남구지부도 “위법성 논란을 피하려고 의정회 사무실을 특별 경로당으로 위장한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경로당은 주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도 “꼼수까지 동원한 의정·행정 동우회 예산 지원은 행정안전부 시행령을 정면으로 어긴 위법”이라며 “광주 공직사회의 도덕적 해이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서구는 사실상 행정동우회 사무실로 활용돼온 경로당에 대한 운영비 지급 등 관리·감독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해 자체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구 경로당 236개소의 전수조사를 통해 지금까지 경로당 지정·신고 과정이 적법했는지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특혜 시비가 불거진 만큼 퇴직 공무원·전직 지방의원이 주로 사용해온 경로당 운영 전반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 개선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