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멧남’은 누구… 그 체포 다음날 김만배 극단시도

입력 2022-12-15 07:59 수정 2022-12-15 10:04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0월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헬멧 쓴 남성의 도움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의 조력자로 알려진 ‘헬멧남’ 최우향(54) 화천대유 이사(전 쌍방울그룹 부회장)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 이사가 체포된 바로 다음 날인 14일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최 이사는 지난해 10월 15일 김씨의 첫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때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 검정 라이딩 재킷과 빨간 헬멧을 착용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마중을 나와 ‘헬멧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검찰은 김씨의 범죄 수익 은닉을 도운 혐의로 최 이사와 이한성 화천대유 공동대표, 인테리어 업자 A씨를 13일 체포했다. 김씨는 이들의 체포로 정신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 탓에 무고한 지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변에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도 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 이사 등이 대여금이나 투자금 형식으로 자금을 빼돌려 김씨의 범죄 수익을 숨긴 것으로 본다. 이들이 김씨나 화천대유 명의로 부동산을 구매하고 배당금을 받은 것 역시 범죄 수익을 숨기기 위한 수법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씨가 구매한 타운하우스의 인테리어를 맡은 A씨는 인테리어 비용을 부풀린 뒤 김씨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와 지인들은 해당 자금 거래에 범죄 수익을 숨기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 로비 의혹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또 김씨, 최 이사, 이 대표의 주거지·사무실을 비롯해 김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앞서 (대장동) 범죄 수익 중 8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이미 동결했지만 수사팀이 계좌추적을 통해 추가 혐의를 발견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2020년 2월 김씨가 화천대유에서 473억원을 대여해 20억원을 최 이사에게 빌려주고, 그해 6월 최 이사가 운영하는 ‘에이펙스인더스트리’에 30억원을 투자하는 등 자금 흐름 정황을 포착했다. 이 대표는 2018년 화천대유 감사, 2019년 천화동인 1호 사내이사를 거쳐 지난해 9월부터 화천대유 공동대표를 맡아 자금 인출 등 김씨의 자금 관리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는 김씨로부터 대장동 수익을 건네받은 인물이기도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연루된 쌍방울에서 대표이사·부회장까지 지낸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그간 최 이사에게는 대장동 사건과 쌍방울의 ‘연결고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구속)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한편 김씨는 14일 오전 2시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대학교 인근 도로에 주차된 자신의 차 안에서 흉기로 자신의 목과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찔러 자해한 뒤 자신의 변호인에게 연락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현장에 도착한 변호인은 오후 9시50분쯤 김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며 119에 신고했다. 김씨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