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였던 10대 고등학생이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는 ‘악성 댓글’에 따른 고통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10대 A군의 어머니는 “꼭 전할 말이 있다”며 14일 MBC뉴스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아이가) 11월 중순 정도에 울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연예인 보려고 놀러 가서 그렇게 다치고 죽은 거 아니냐’는 등 자기 죽은 친구들을 모욕하는 듯한 댓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화를 많이 냈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 1학년생인 A군은 지난 10월 29일 가장 친한 친구 두 명과 이태원 핼러윈 축제 구경을 갔다가 ‘밤 10시30분까지 집에 오라’는 부모의 당부대로 지하철을 타러 가던 길에 친구들과 함께 인파에 갇혔다. 40분 넘게 깔려 있던 A군은 의식을 잃기 직전 구조됐으나, 바로 옆에서 친구들이 숨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A군은 근육세포들이 파열돼 입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친구들 장례식에 가야 한다’며 이틀 만에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의 아버지는 “어떻게든 그 친구들 얼굴을 마지막으로 봐야 된다고 그래서, 병원에서 안 된다는 걸 중간에 퇴원시켜서 나갔다”고 회상했다.
참사 이후 A군은 일상 회복을 위해 애썼다. 1주일 만에 등교해 학업에 몰두했고, 병원 상담도 다녔다. 하지만 온라인상의 악성 댓글을 보며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A군 부모는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데 기사를 안 볼 수는 없잖나. 저희는 (아이가) 안 봤으면 좋겠는데, 휴대전화를 뺏기 전에는 막을 방법이 없으니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군은 결국 휴대전화에 ‘곧 친구들을 보러 가겠다’는 메모와 날짜를 적어놓은 채 극단적 선택을 했다. A군이 남긴 마지막 동영상에는 ‘엄마 아빠에게 미안하다, 나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해 달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A군 어머니는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두 친구가 전부였던 것 같다. 그런 친구가 없어졌으니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답답함, 하소연을 여러 번 했다”고 돌이켰다. 이어 “비행을 하려고 거기 간 게 아니다. 자기만 산 게 미안하다는 마음이 컸는데, 댓글을 보고 그냥 거기서 무너졌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