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여전히 월클 아니다”… 손웅정의 진심

입력 2022-12-15 04:31 수정 2022-12-15 09:54
손웅정씨가 출연한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

축구스타 손흥민(30·토트넘 홋스퍼 FC)의 부친 손웅정(60) 손(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여전히 아들은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의 단호함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리 흥민이 월드클래스(월클) 아닙니다”라는 축구 팬들 사이에서 ‘월클 논란’을 일으켰던 손 감독은 14일 방송된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에 출연해 아직도 손흥민이 월드 클래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그건 아니다. 여전히 변함없다”고 못을 박았다.

손 감독은 “내 자식이라 보수적으로 보는 것도 있겠지만 나는 흥민이의 축구가 늘 10%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흥민이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이 됐을 때 흥민이에게 얘기했다. 사람들은 ‘전성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내려가라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단 아름답게 점진적으로 내려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면 팬들이 허무하실 수 있잖나”라고 했다.

이어 “축구는 젊어서 잠깐이다. 영원한 건 없다. 도취되면 안 된다”면서 “고향, 지자체에서 ‘흥민이 도로’ 건립도 말씀해주시는데 정중히 거절했다. 은퇴하면 누가 흥민이 이름이나 불러주겠나, 아무도 기억 안 해준다”며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웅정씨가 출연한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

손흥민의 축구 스승이기도 한 손 감독도 축구선수 출신이다. 프로로 활동하면서 37경기에서 7골을 넣었다. 한때 국가대표 B팀에 선발되기도 했으나 부상으로 20대 중반에 조기 은퇴했다. 손 감독은 “나는 삼류선수였다. 무늬만 프로였다. 어디 가서 ‘나 축구했어’라고 제 입으로 말해본 적이 없다”고 겸손해 했다.

선수시절 왼발을 잘 쓰기 위해 오른쪽 축구화에 압정까지 꽂고 연습했다는 손 감독은 양발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왼발을 잘 쓸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그는 “발 씻을 때도 왼발부터, 양말을 신거나 공을 찰 때도 왼발부터 시켰다. 슈팅 연습을 할 때도 왼발을 1.5배 더 사용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일찍 프로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손 감독은 젊은 시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막노동판에서 일도 하고, 사글세 살고 하다 흥민이 어렸을 땐 컨테이너에서도 살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럼에도) 2세가 태어나면 ‘운동을 안 시키겠다’ 이런 생각은 없었다. 내가 낳았지만 또 다른 인격체 아니냐”고 했다.

손웅정씨가 출연한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

손흥민이 18세 나이에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 입단하며 유럽 프로리그에 진출한 당시 아들에 대한 걱정과 고달팠던 시절도 떠올렸다. 그는 “춥고 배고팠던 생각밖에 안 든다”며 “손흥민의 데뷔 골에도 두려움을 느꼈다. (손흥민이) 도취할까 봐 며칠은 (손흥민이) 망각증에 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안와골절 수술을 하고도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발휘한 아들에 대한 속마음도 고백했다. 손 감독은 “부모 마음은 똑같을 거다. 네 군데가 골절이 됐다. 부상을 당할 때 ‘아 저건 골절’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입에서 나온 말은 ‘월드컵은?’이었다. 흥민이도 돌아오자마자 월드컵을 걱정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수술을 최대한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지만 부기가 빠져야 수술을 할 수 있었다. 잠자는 시간 빼놓고 얼음을 계속 대고 있어 부기가 빨리 빠졌다”며 “(손흥민이) 월드컵 경기를 너무 나가고 싶어 했다. 축구선수들은 왼쪽 가슴에 태극마크를 다는 게 꿈이지 않나. 저도 흥민이한테 (월드컵은) 영광스러운 자리고, 국민들이 기대하고, 팬들이 원하는 거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손웅정씨가 출연한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 방송화면 캡처. tvN 제공

손 감독은 “토트넘에서 이적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연봉을 떠나 네가 살아보고 싶은 도시, 공 차보고 싶었던 구단 가서 행복하게 공 차다가 은퇴하는 게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그 또한 결정은 흥민이가 할 것이다. 늘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흥민이가 은퇴할 때쯤에는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네 꿈도 이루고 내가 못 이룬 꿈을 이뤄서 너에게 고맙다. 자식이지만 고맙다”고 진심을 꺼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