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4시… 월드컵 4강만큼 주목받는 ‘파월의 입’

입력 2022-12-15 00:02 수정 2022-12-15 09:43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 DC에서 연설을 준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와 모로코의 2022 카타르월드컵 준결승전을 시작할 때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발표한다. 이미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금리인상률보다 주목할 건 내년 통화정책 방향의 ‘힌트’를 제시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해외 주식을 거래하는 국내 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에게는 파월 의장의 입으로 월드컵 못지않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2월 정례회의를 끝내는 한국시간으로 15일 새벽 4시쯤 성명을 내고 금리인상률을 발표한다. 같은 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프랑스와 모로코의 월드컵 준결승전이 ‘킥오프’한다. ‘서학 개미’에게 잠을 이룰 수 없는 새벽이 됐다.

금리인상률 전망의 무게중심은 ‘빅스텝’ 쪽으로 기울어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금리인상률 전망에서 이날 0시 현재 빅스텝을 택한 비율은 79.4%로 우세하다. ‘자이언트스텝’(0.75% 금리 인상)을 전망한 의견은 20.6%다.

앞서 연준은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네 번의 FOMC 정례회의에서 연속으로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12월 회의에서 빅스텝을 결정하면 금리 인상 속도는 반년 만에 한 단계 내려간다. 다만 빅스텝만으로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4.25~4.50%로 상승해 하단도 4%대에 진입한다.

금리인상률은 지난달 FOMC 정례회의 이후 연준 위원들의 연설과 인터뷰를 통해 어느 정도 예고돼 있다. 시장은 연준의 성명 발표 이후에 시작되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과 공개되는 점도표에서 통화정책 방향·속도의 ‘힌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추세, 노동시장 환경에 대한 연준의 전망이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주목할 건 최종 금리 수준, 고금리 국면의 기간에 대한 연준의 관점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 장기화를 예상해 내년 중 추가 금리인상률을 어떻게 적용할지, 얼마나 오랫동안 고금리 상태를 유지할지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제시될 수 있다. 특히 FOMC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최종 금리 수준은 점도표를 통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물가지표는 인플레이션의 둔화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13일 밤 10시30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7.1%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에너지·식품가격을 뺀 근원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6.0%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을 7.3%, 근원CPI의 경우 6.1%로 각각 예상했다. 발표된 지표는 전망치를 하회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침착했다. 당초 개장과 동시에 급반등했던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1% 포인트 안팎으로 소폭 상승하는 선에서 마감됐다. FOMC 정례회의 결과를 확인하려는 관망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